자전거 아저씨 1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나도 자전거 한 대 살까?
살다보면 마음이 홀려서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질 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강한 충동이 일고 앞 뒤 생각할 틈도 없이 저지르게 된 그런 일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을 시작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만용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나이 먹을수록 용기라는 것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니 더 그렇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사로잡는 그것을 하지 못하고 늘 아쉬움으로만 남기고 만다. 

그렇게 마음 홀리는 것도 그때그때 다르다. 인생에 굴곡이 있듯 마음 가는 것도 세월따라 변하는 것인가 보다. 긴 세월이 아니지만 살아오는 동안 내가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화유적이라는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것, 신앙보다는 학문적 매력에 빠져 다녔던 불교대학도 그렇고 나무와 숲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신을 찾아보고자 했던 숲해설가 교육도 지금 빠져 있는 대금공부도 그렇다. 뭐든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와 한동안 정신을 빼놓고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때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을 것들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개인전도 여러 차례 열었으며 나이도 만만치 않은 50대 화가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빈다는 것은 그리 상상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선 길이 아니라 '해볼까?' 하는 조금은 단순한 출발이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나라를 한 바퀴 다 돌도록 이어졌고 그 결과물을 모아 발간한 책이 ‘자전거아저씨’다.

그림을 직업으로 하는 화가의 글이라는 점과 자전거로 전국을 누볐다는 점에 이끌려 접한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고 그 기록을 책으로 남긴 전작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단순한 호기심은 적잖은 분량의 글을 완성하고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까지 곁들어 만들어 낸 이 책은 읽어갈수록 궁금증을 불러오게 하였다. 바로 저자의 그림과 그 사람 머릿속에 담긴 세상이 궁금해 진 것이다. 알고 지내는 몇몇 화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나름대로 이해하는 방식을 터득하고 있었기에 더 호기심이 일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전거 아저씨’는 낯선 여행지에서 저자를 부르던 역시 낯선 사람의 호칭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을 태릉을 벗어나 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찾아 나선 길을 시작으로 강원도 산중으로 난 고갯길을 힘겹게 넘나드는 과정,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만나러 과감한 도전을 했던 무주와 장수에 이르는 길, 중학교 친구의 친절에 힘입어 나선 남도여행 그리고 이어진 남해안의 섬들 사이를 떠돌던 길을 지나 이제 부산에서 동해의 바다와 아란히 이어진 길을 거슬러 통일전망대에 이르고 나서도 마치지 못한 길은 자신이 나고 자랐으며 이제는 먼 길을 떠나신 부모님이 쉬고 계신 고향으로까지 이어진다. 그곳에서 단순한 시작으로 일이 커졌으며 때론 죽을 것 만 같았던 자전거 여행의 종지부를 찍고자 했다.

저자 남궁 문에게 자전거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이미 다양한 여행으로 낯선 곳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을 저자에게 온전히 자신의 힘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는 고행 같은 자전거 여행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아직 우리 곁에 남아 따스함을 전하는 정(情)이라고 했다. 힘든 자전거 길을 가는 동안 불친절한 사람들로부터 속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그 서운함을 떨치게 했던 것이 길가에서 얻어먹은 점심, 소주 한잔, 과일 한 조각에 녹아있는 사람의 정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자전거 여행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힘든 과정을 당당히 이겨냈다. 이제 그는 이 힘으로 남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리라 기대해 본다.

머뭇거리면서도 기어이 하고야 마는 끝나지 않은 그 길을 따라가 볼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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