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바이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예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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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익살 뒤에 남는 여전한 우울함
나로서는 ‘사양, 인간실격’으로 처음 만난 ‘다자이 오사무’는 ‘지성보다는 관능에 치중, 죄악과 퇴폐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껴 암흑과 문란 속에서 미를 찾으려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데카당스 문학가라고 한다. ‘사양, 인간 실격’을 통해 내게 저자의 삶과 작품이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지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의 삶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게 했다. 사회의 혼란, 가치관의 상실 그 후 인간이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 상황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었다. 

다시 ‘다이이 오사무’를 만난 것은 ‘굿 바이’라고 하는 작가의 단편들을 모은 책을 통해서다. 이 책에는 추억, 역행, 망치소리, 아침, 내 반생을 말하다, 굿 바이 등 여섯 편의 단면들로 구성되어 있어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게 되는 기대감이 있다. 그것은 그 어떤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네 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애인과 동반자살 하게했는지 혹시라도 감이나만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마추어 독자의 기대감이다.

이 자자의 선집에 수록된 소설들에서는 ‘사양, 인간 실격’에서 느꼈단 냉소적이고 암울함 보다는 사춘기 소년의 실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면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추억’에서 어린 시절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이야기와 성장기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모습과 미요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묘한 긴장감까지 있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역행’은 저자 다자이 오사무에게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작품으로 저자가 가장 존경했다는 아쿠타가와를 기념하는 아쿠타가와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탈락한 작품이다. 

‘망치소리’는 호감을 갖게 된 한 작가에가 자신의 혼란스러운 처지를 편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무엇을 하려고 할 때마다 들리는 망치소리는 천황의 항복 소리를 듣고 충성하는 군인의 길은 자결이라는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게 했던 그 망치소리의 기억이 살아남아 강박관념으로 나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아침’에는 촛불이 가지는 ‘한시성’에 주목하여 자신의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주목된다.

자살하는 순간까지 저자와 함께 했다는 미완성 유작 ‘굿 바이’에는 한 남자의 여성 편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골에 있는 부인 몰래 여러 명의 여자들을 만나고 있던 주인공은 그런 생활을 청산하고 ‘도덕적인 가정’을 꾸리려고 한다. 그러기에 앞서 지금 만나는 여자들을 정리해야 하기에 그 방법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조금 덜 떨어진 듯한 모습에 독자로써 호탕한 웃음으로 답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 뭘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삶이 주는 강렬함과 일본 문학의 데카당스 선두라고 할 수 있는 작가에 대한 인상이 강했던 ‘사양, 인간 실격’에서 얻었던 느낌이 남아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럽기만 한 사회 속에서 슬프고, 우울하며, 좌절하며,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인간은 환경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존할 근거를 찾아가도록 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찾고 싶다.

 ‘사양, 인간 실격’을 통해 만났던 다자이 오자무는 ‘굿 바이’에 와서 접하는 미소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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