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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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1984 
소설은 기본적으로 가상의 현실을 상정하고 있다. 작가는 개인이지만 소설이 순전히 개인적 상상력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독자들은 다 알 것이다. 작가가 살아온 개인적 경험이나 사회적 환경을 바탕으로 하여 소설 속 가상의 현실을 만들게 되는 것이리라. 순수문학이니 참여문학이니 하는 억지스러운 구별 없이 모든 문학은 작가가 살아가는 시대의 정신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는 현실이고 그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음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있는 그대로를 고백하거나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도 이와 같은 소중한 경험이 있다. 암울했던 현대사를 겪어온 우리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고 때론 따스한 가슴으로 아픔을 안아준 문학이 있었다는 점은 소중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조지 오웰 1984’는 우리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등 세계의 거대나라를 무대로 전쟁과 동맹을 맺어 권력을 유지하는 가상현실을 만들어 놓고 있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당’이 존재하고 그 당은 끝임 없이 권력을 확대 유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사람들을 통제한다. ‘사상 통제’, ‘과거 통제’를 기반으로 과거의 역사 날조, 개인의 사생활 및 인간성 말살 등을 일삼고 있다.

‘빅 브라더’로 대표되는 당 권력은 국민들의 일상을 통제하기 위한 텔레스크린과 마이크로폰을 통한 미디어의 조작, 과거를 왜곡하여 현실을 장악, 언어 말살 정책으로 인간들의 사고의 틀을 축소하는 등 악랄하기 그지없는 정치 현실을 보여준다. 이에 대항하는 ‘지구 최후의 남자’ 윈스턴 스미스의 권력 앞에 무기력하지만 머릿속에 존재하는 인간성에 대한 대항이 기본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조지 오웰에 의해 그려지는 독재 권력의 강압적인 모습은 저자가 경험했던 동남아시아의 상황이나 세계 곳곳에서 보여주었던 독재 권력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인간 정신의 말살’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1984 이 소설은 허무적인 결말을 보여주지는 하지만 동물농장에 이어 저자의 정치소설의 맥락을 밝히며 현실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 말처럼 우리도 이러한 경험이 있다. 역사를 왜곡하여 지배 권력을 정당화하거나 암담한 현실을 잊을 수 있도록 장미 빛 미래를 주입시키며 이러한 것을 기반으로 현실에서 당하는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또한 매카시 열풍에 편승하여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우리에게 조지 오웰의 1984는 과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권력에 의해 폭압적 지배를 받는 동안은 언제나 어디서나 1984는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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