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연암 박지원 문학 선집
박지원 지음, 김명호 편역 / 돌베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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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배우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두고두고 새로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 대해 구체적인 사귐이나 자세한 정보도 없지만 익히 들어 잘 아는 듯싶은 사람이다. 학창시절 조선말 국난을 극복하려는 호기의 북학파의 실학자로 양반전을 비롯한 다양한 소설가로 오늘날엔 살아 숨 쉬는 글에 매료된 문인으로 다가오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이 그 사람이다.

우리 선조들의 고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접한 글이 연암의 ‘열하일기’ 완역본을 겁 없이 집어 들고 밤마다 책장을 넘기는 재미에 빠져 여러 날을 보낸 후 그와 어울렸던 북학파의 무리들을 찾아 읽어가는 현재까지 관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니 그에 대한 조그마한 소식이라도 접하면 반갑기 그지없다. 내가 연암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연암의 글 속에 담긴 진정성이다. 두 번째는 그와 그 벗들의 사람 사귐에 내가 찾는 사람의 도리가 담겨 있어서이다. 이는 두고두고 탐구해야할 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김명호님의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연암 박지원 문학 선집’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었다. 그동안 이 책 저책에서 단편적으로 밖에 만날 수 없었던 연암의 글을 한권에 모아 볼 수 있다는 장점에 어느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소설, 산문, 각종 기, 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박지원 문학 선집이라는 매력이다.

이 책에 담긴 연암의 글은 이미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익숙한 글들이 많아 읽어가기에 편안함을 준다. 민옹전, 광문자전, 양반전, 예덕선생전을 비롯하여 호질, 허생전 등 10여 편이 넘는 소설은 이미 익숙하여 반가움이 있다. 보고 싶었던 산문으로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옛 글을 본받되 새롭게 지어라, 잊어야만 성취하리 등이 있고 발문으로 주목되는 것은 벗이란 제이의 나다. 라는 글이다. 또한 기記로는 한여름 밤의 음악회, 만연에 휴식하는 즐거움, 통곡하기 좋은 장소, 대나무에 미친 사람 등이다. 

또한 이 책에는 연암의 사적인 삶을 알 수 있는 글은 홀로 쓰는 것, 참된 벗을 그리며, 지기를 잃은 슬픔 등 서간문이 스물한편이 실려 있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서간문으로는 열하일기로 세상의 이목을 받던 시절 자신의 마음을 담은 ‘열하일기를 위한 변명’이라는 것으로 연암과 경쟁관계에 있던 유한준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연암의 자신감 넘치면서도 당당한 마음을 볼 수 있는 글이다. 더불어 연암의 한시 역시 매력으로 다가선다. 특히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에게’라는 시는 글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연암의 문장론이 담겨 있어 글을 읽고 쓰고자하는 사람들에게 교훈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은 장점은 무엇보다 유려한 해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문이 일상에서 멀어진 현실에서 일반인이 원문을 접하기도 어렵지만 접한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에 커다란 어려움을 격을 수밖에 없는 데 저자는 연암의 전문가로써 연암 박지원과 대중을 사이를 이어주려는 따스한 마음이 담긴 번역으로 연암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삶에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연암과 사귀었던 백탑파의 이덕무, 홍대용, 이서구, 박제가, 백동석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흥미로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부록으로 실려 있는 연암 박지원의 삶과 문학은 단편적인 연암에 대한 정보를 넘어서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로 낙마한 총리, 부당전입은 사안별로 다루자는 국회의원, 스폰서 검사 등 어지럽기만 한 우리의 정치현실에 연암이 실현하고 싶었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고전에 속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이 바로 연암이 주장했던 그 정신이 아닌가 한다. 연암 박지원의 눈으로 본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떻게 비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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