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 시대를 위로한 길거리 고수들 이야기
안대회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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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사람을 만들다
시대에 맞서 삶을 뜨겁게 살았던 조선시대 비주류들을 일컬어 방외지사라고들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가 제 뜻과 부합하지 못하거나 또는 가진 재주로 주류사회에 편입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그들이 처한 조건이나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뜻과 재주를 펼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어떻게 보면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한 선각자들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들을 용납하지 못한 사회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 500여년의 역사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인 영조와 정도 임금 때를 문예의 부흥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그만큼 백성들이 살만한 사회가 되었고 그를 바탕으로 tkaf의 여유를 나타내는 결과물로 문화예술의 부흥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역으로 보면 피폐한 삶의 궁여지책으로 생겨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8세기 이때의 조선은 이미 농촌의 향리가 사람들의 생활 중심지를 차지하던 때를 넘어 도성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도회지의 모습을 하게 된다. 시장의 발전이 그것이며 자연스럽게 이러한 시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뿐 아니라 다양한 요구들을 해결하게 되었다. 즉, 삶의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이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한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고전 읽기와 탁월한 분석을 통해 역사 속 우리 선조들의 삶과 지향을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일을 해온 저자 안대회가 이렇게 조선의 변화된 사회 속에서 주류인 양반 사대부 사회에 편입되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되었던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얽힌 이야기의 전후를 담아낸 책을 발간했다. 시대를 위로한 길거리 고수들 이야기라는 부재가 달린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이다.

저자는 조선 후기 길거리의 고수들에 주목하여 찾아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대의 이끌어간 풍류꾼들인 음악인, 이중 삼중의 한계를 가졌지만 당당했던 여인들, 무너져가는 양반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대풍경 등으로 구분하여 그들의 행적을 찾아가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며 참고했던 사료나 서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면 성씨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기록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저자가 참고한 주요 서적인 조수삼의 ‘추재기이(秋齋紀異)’와 같은 기록들이 있기에 우리가 오늘날에도 그들을 알 수 있으며 지식인들의 기록문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금은 사라져버린 구기나 재담꾼, 전기수와 같은 풍속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가는 방편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라도 그와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가 있었다는 것은 변화된 사회의 일면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언제나 사회의 약자로 살았던 여인들이 사회적 제약을 넘어 사랑과 의리를 지켜 나가는 모습뿐 아니라 때론 나라를 살리는 의로운 행동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의 비춰보는 거울로 삼을 수 있다.

이 책은 길거리의 재담꾼이나 예인들의 활동, 양반과 평민의 뒤바뀐 생활 모습, 어두운 뒷골목에서 행해지던 은밀한 사랑이야기 뿐 아니라 심지어 지탄의 대상이 될 도둑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꿈꾸었을 미래를 보는 듯하다.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성은 어쩌면 양반사회를 중심으로만 살펴보는 기존의 역사에서 시각을 달리하여 밑바닥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모습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그렇듯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같은 것도 달리보이기 마련이다. 조선의 역사 18세기 영, 정조 때 꽃피웠던 문화의 부흥도 이렇게 길거리을 떠돌았지만 당당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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