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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주제는 사랑
이명인 지음 / 예담 / 2010년 9월
평점 :
사랑, 그 경계에서 서성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랑을 빼면 남는 것이 무엇일까? 지구상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의미가 형태가 존재했으며 여전히 유효한 것이 사랑이다.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 끊임없이 추구했던 많은 것들 중에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만큼이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찾아왔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랑은 힘과 용기, 따스함과 위안을 주는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절망, 죽음, 파괴, 안타까움, 그리움 등 부정적인 면까지를 포함하기에 인류의 역사는 바로 사랑의 결과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적 과정에서든 현실에서든 우리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부러움의 대상이고 따라하고 싶은 갈망이며 ‘언젠가 내게도 사랑이...’라는 현실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사랑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사랑은 눈길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랑에 성공이라는 말을 붙일 순 없을지라도 좋게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선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그렇지 못한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내지는 결코 가지 말아야 할 것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고 사랑에 대한 정의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참모습을 얻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 보이는 내용들로 가득한 여정이 보인다. 저자 이명인의 ‘오늘밤 주제는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의 책이다. 저자가 찾은 사랑의 모습은 ‘서툰 사랑’, ‘더딘 사랑’, ‘외사랑’, ‘아픈 사랑’, ‘부러운 사랑’, ‘따라가기 싫은 사랑’까지 사랑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오늘밤 주제는 사랑’에는 캐서린 햅번,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존 스튜어트 밀, 김점선, 김기창, 찰리 채플린, 루 살로메, 너나드 쇼, 조지아 오키프, 앙드레 고르, 윈스턴 처칠, 박수근 등 자신이 속한 부분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들의 사랑의 모습 속에서 저자가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연인이 사랑하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사랑 자체가 백인백색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사랑은 ( )라고 정의할 때, 괄호 안에 들어가지 못할 말은 없다. 다만 사람마다 채우고 싶은 게 다를 뿐이어서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정의될 뿐이다.’
저자는 ( ) 이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의 내면에 깃든 무엇이라고 했다. 다만 그것이 다를 뿐이기에 이로부터 생기는 간극이 서로의 가슴에 남기는 생채기의 종류와 그 깊이를 달리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힘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도 확인한다. 사회적 환경이나 개안적인 조건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랑을 꾸려가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한 스스로 성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자신이하면 로맨스고 타인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랑에 대한 동경이 있지만 현실의 조건에서 그 길에 발을 들여 넣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열망과 사회적 공감대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을 비난하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그 어떤 사랑이든 당사자에게는 절대적인 가치이기에 타인의 눈에 비친 사랑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겉모습, 타인의 눈이 아닌 지금 사랑하는 당사자의 눈으로 사랑을 볼 때 사랑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경계는 그것이 무엇을 담고 있던지 성택을 강요하게 된다. 내적 갈등에 흔들리는 사람들은 내내 그 경계에 서서 길을 나설 용기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도 이렇게 경계에 서서 흔들리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어떤 사람의 어떤 조건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말이 강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