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셀레스티나 을유세계문학전집 31
페르난도 데 로하스 지음, 안영옥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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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굴레에 선 사람들
사람들이 가슴속에 담아둔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늘 가지고 살지만 사회적 환경이나 개인의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깊숙이 숨겨두어야 만하는 욕망이라는 것이 눈앞의 현실로 손에 잡을 가능성이 대두될 때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욕망은 일상에서는 차분하게 다독이면서도 특정한 계기를 통해 현실화 되었을 때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제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망설이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동조자를 찾아 나서고 또 어떤 사람은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이렇게 각기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모습을 잘 나타내는 것으로는 문학작품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가상의 현실이라는 장치가 있기에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감정이 표출될만한 상황에선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특정한 가치관에 의해 억눌러왔던 대표적인 시대가 중세로 봉건제라는 신분제도와 종교적 이념에 의해 인간의 삶을 철저히 규정한 시대가 아닌가 한다. 그렇게 강압적이던 신분제도와 종교이념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억눌려왔던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 표출되던 때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문학작품이 있다. ‘라 셀레스티나’가 그것이며 그 시대 스페인의 일면을 통해 인간의 근본 욕망에 대해 깊은 통찰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라 셀레스티나’는 이 작품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특이하다. 초기 원고의 작성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페르난도 데 로하�’라는 저자에 의해 이어쓰기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회 변혁기의 혼란스러움이 사회 구성원인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저자 역시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의 반영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의 기본 흐름은 청춘 남녀가 만나 첫눈에 반한 남자가 뚜쟁이를 동원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드디어 사랑을 얻지만 그 과정에서 뚜쟁이가 일을 도모한 일당에 의해 죽고 한 달간의 뜨거웠던 사랑을 나누던 연인도 결국 죽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심적 인물로 주인공 남녀 칼리스토와 멜리베아 그리고 뚜쟁이 셀레스티나와 칼리스토의 하인 둘이 주인공들 사이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보는 아슬아슬함이 있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던 뚜쟁이 셀레스티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동네 남자와 여자의 기본 감정에 대한 욕망의 분출을 충동질하며 구 사이에 떨어지는 이득을 차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편에 붙어 조그마한 이득이라도 챙겨보려는 칼리스토의 하인 두 명은 결국 뚜쟁이 셀레스티나를 죽이고 자신들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종교적 가치관, 집안의 분위기와 여자라는 굴레에 갇혀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왔던 여주인공 멜리베아는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아버지 앞에서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한다.

인간의 기본적 감정, 그 중에서 이성에 대한 욕망의 표출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념에 의해 나타나는 모습은 달라지더라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늘 한결같을 덕이리라. 하지만 이러한 욕망의 굴레에 갇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데 방해요소로 방치한다면 개인과 사회에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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