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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 조선의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명문장가들의 뜨겁고도 매혹적인 인생예찬
이종묵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평점 :
삶의 여유는 부리는 자의 몫이다
선조들의 글을 보면 늘 부러운 것이 있다.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가슴에 담은 뜻과 학문에서 얻은 바를 삶 속에서 동일화 시켜가는 것이 그것이다. 공부를 하는 본래의 목적이 자기수양에 있고 이렇게 얻은 성과를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선조들의 뜻이 몹시도 그리운 시절임을 알기에 더욱 그 그리움은 커진다.
자신의 인격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즉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기본으로 하는 선조들의 삶에는 학문의 성취가 성인들의 책을 통해 얻는 것 뿐 아니라 자연과 벗하며 자신이 둘러싼 온갖 만물이 다 스승이라는 뜻을 함께 한 삶이었다. 그렇다보니 선조들의 글 속에는 유독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풍류가 넘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풍류도 곧 학문의 성취하는 노정에 있다는 그들의 여유로운 마음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는 저자 이종목이 이러한 선조들의 여유로운 마음이 삶 속이 녹아 있는 글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그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찾고자하는 바램으로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일곱 분야로 나누어 글을 싣고 있는데 굳이 그 경계를 따져 살펴보지 않아도 될 만큼 풍부한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저기수양의 마음 닦기 뿐 아니라 책을 대하는 자세와 방법, 글을 쓰는 요령과 자연을 벗하는 마음, 스승을 구하고 벗을 대하는 자세를 비롯하여 공부하는 방법까지 선비들의 주옥같은 글들이 있어 읽어가는 동안 따스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관념적인 글이 아니라 실제 생활과 구체적으로 결부된 글들이 주를 이루기에 마치 시간을 거슬러 당시 선비들의 모습을 대하는 듯 실감나는 글들이다.
이익, 유언호, 김조순, 유득공, 서유구, 홍석주, 채제공, 남유용, 신경준, 이이, 윤순, 심낙수 등 당대를 호령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출신이 미천하여 세상에 자신의 뜻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가슴에 담은 뜻을 글로 남긴 사람들이 있어 다양한 사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이 남긴 글을 통해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곳이나 심하게 변하여 알지 못하는 풍경을 살필 수 있어 당대와 현대를 비교하며 읽으며 글이 가지는 힘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는 한강변의 사라진 섬 이야기나 시전의 풍경, 꽃놀이하는 모습, 도성의 옛 모습을 되살려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특히, 장혼의 ‘눈과 귀에도 즐겁고 마음과 뜻에도 기뻐서 빠져들수록 더욱 맛이 있어 늙음이 오는 것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는 책에 대한 생각은 책이 가지는 의미를 알만하며, 윤기의 ‘좋은 사람 좋은 책 좋은 산수’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심낙수와 그의 벗 이규위의 ‘애오’와 관련되어 도연명의 시에서 나오는 ‘새들은 기쁘게도 깃들 둥지가 있듯이, 나도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라는 문장은 당시 많은 선비들이 가슴에 담았던 뜻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공감하는 바가 크다.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를 통해 선조들이 글을 짓고 후세에 남긴 이유를 살펴볼 좋은 기회를 얻었다. 한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원문의 해석과 적절한 해설이 더불어 있어 접근하기 좋은 책이다. 원문까지 있어 참고할 수도 있다.
본문 유득공의 글 ‘도성 안 사람들이 하천에 노니는 물고기 같네’라는 글이 이 글이 1770년에 쓰였다고 하는데 글의 마지막 부분에 채상대의 비석에 관한 부분에는 1776년 침잠을 하던 곳이라는 부분이 있다. 글을 쓴 시간보다 후대 일이 기록되어 있으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자의 해설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많은 사람들은 현대 사회를 각박하고 혼란스러워 혼을 빼앗아 갈 것 같은 세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움은 시대를 불문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시절의 수상함 만을 탓하며 자신의 뜻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를 주저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선조들의 옛글을 보며 그들이 학문하는 진정한 뜻을 살피고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봄이 어떤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삶의 여유는 부리는 자의 몫이다’라는 말는 같은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사람마다 달라지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리라. 선비들은 자신의 뜻이 겪이는 것을 목숨을 걸고 지켜내고자 했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그렇게 지키고자하는 뜻이라도 세워 살아가는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