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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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의 힘으로 나선 자아 찾기
글로 읽는 여행기에는 목마름이 있다. 몇 권에 걸쳐 다양한 여행자들의 여행기를 따라가며 느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나에게는 없는 것이 그들에게 있고 또한 그들과 그들이 다녀온 곳에 없는 것을 찾아볼 마음을 내게 만드는 힘이 바로 목마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행의 트렌드가 다양화 되고 있는 듯하다. 걷기 여행, 자전거 여행에 머무는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것은 여행을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이지만 방법이 달라지면 내용도 달라짐을 알게 한다.

여행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늘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자신을 낯선 환경에 노출시킴으로써 결국 그 속에서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 임을 확인하는 것이리라. 그러한 여행을 하는 방법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기에 무슨 여행이든 다 좋은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 ‘마침내 그리움’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걷기보다는 빠르지만 자동차 보다는 느린 자전거만의 눈높이로 바라본 우리 산천의 시간에 따른 변화와 공간에 대한 갖가지 모습을 담고 있다. 만만치 않은 여정인 서울에서부터 서해안을 따라 길을 나선 저자는 일정한 목표를 정하긴 했으나 굳이 메이지 않고 길을 따라 자전거를 달린다. 안양, 수원, 평택, 거산, 서산, 해미를 거쳐 변산반도에 잠시 머물다 영암, 장흥, 보성, 순천의 전남 땅을 지나 남해안을 따라 경상도의 땅에서 울릉도에서 머물고 다시 강원도를 돌며 경기도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었다.

가는 길에 지난 추억이 서린 곳을 만나면 회상을 하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오기도 하면서 묵묵히 길을 간다. 함께한 동료가 도중에 여행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나선 길을 돌린 마음은 애초에 없어 보인다. 자전거와 함께한 길이기에 도구로써 자전거 보다는 친구가 되어가는 것은 저자의 말이 아니라도 짐작할 만하다.

저자의 이 자전거 여행의 동기를 자신을 둘러싼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신을 바라보고 싶은 간절함이라 이해한다. 그렇기에 온전히 자신만의 힘에 나아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이나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애써 다가와 마음 열고 싶은 사람도 애써 밀어내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다고 마음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는 사람들에게 도움도 받고 서울서 응원 차 온 친구들도 만나곤 한다.

그럼, 저자는 이번 자전거 여행을 통해 목적한 바를 얻었을까? 마지막 날의 일정에 대한 급한 마무리에서도 찾을 수 없어 보인다. 하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특별한 목적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모든 여행은 여행마다 그 여행에서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눈높이를 따라 가는 길에서 독자가 굳이 그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여행의 기록이라면 굳이 출판까지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출판을 한 저자는 자신의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뭔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저자가 ‘우호적인 감정의 전이’로 규정하면서 ‘작은 단초라도 그것이 하나의 계기로 작동하기만 하면 인간의 마음은 쉽게 부드러워진다. 부드러움을 획득한 뒤의 시간이란 늘 감미롭다’고 이야기가 한다. 이 말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길, 자전거, 의식의 풍경이 서로 겹치는 그곳에서 저자의 마음속에 오롯이 남았을 긴 시간의 바퀴자국이 살아가는 동안 저자의 자아 찾는 길의 나침반 구실을 할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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