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암살 미스터리 3일 1
이주호 지음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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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호수 위의 백조의 여유로움이 가능한 것은 물밑 보이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물밑의 부산함에는 주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을 함께 보지 못하여 그 진정한 가치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선의 역사에서 태평성대라고 부르는 영, 정조의 시대는 의외로 당파의 거센 물결이 몰아치는 시기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태평성대의 이면에 대해 바로보기 전에 살펴보아야 할 것이 양자 간의 생존을 위한 왕권과 신권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상대적인 안정의 시기였다는 말일 것이다. 그 영조 때 한 세자가 뒤주에서 굶주림에 지쳐 죽어갔다. 후세사람들은 다양한 이야기로 그 왕세자의 비극을 이야기하지만 근저에 흐르는 공통점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아버지 영조와 권력을 향한 당파싸움의 희생양이었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비운의 인물 사도세자를 전면에 세워 세자를 향해 조여 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만난다. ‘사도세자 암살 미스터리 3일’이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 이주호로 전작 ‘왕의 밀실’을 통해 팩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주목받는 작가다.

[3일]은 긴 재위기간도안 태평성대를 이뤄온 영조의 죽음이 임박하고 왕권을 장악하기 위한 노론과 소론이 첨예한 대립, 이 상황에서 누가 다음 왕위를 이어가는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당파들 간의 목숨이 달린 시기가 배경을 이루는 이 이야기는 원인모를 사람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1762년 5월 20일 이른 새벽, 내시부 우부승직 최헌직이 괴한에 의해 육조거리 입구에서 처참하게 살해된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병조 좌랑 유문승이 임명되어 살인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조사를 시작한다. 단서는 시체에서 나온 뜻을 알 수 없는 암시문과 귀룽나무 가지가 전부다. 사건을 파헤쳐가는 유문승은 하나 둘 단서를 쫒아가는 도중 어렴풋이 그 중심에 세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원 윤성환의 죽음 그리고 다시 세 번째 피해자가 발생한다.

이 이야기에는 왕의 죽임이 임박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궁궐이라는 점과 다음 왕위 계승권에 관련된 당파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 겹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의 중심에 다음 왕위 계승자 세자가 있고 세자의 측근들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상황의 전개가 빠르고 치밀하다. 무엇보다 3일간의 한정된 시간을 따라가는 구도를 취했기에 그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어쩜 추리소설이 가지는 장점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병조 좌랑 유문승이라는 사건 담당의 역할을 따라가는 동안 느끼게 되는 흥미로움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당대 유명인들이 있어 그 흥미로움을 더해 준다. 동시대를 살아갔던 북학파 실학자 홍대용, 화훼, 초충도를 비롯하여 영모와 산수도에도 뛰어났던 심사정의 등장은 영조시대의 재현하기에 완벽한 구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의 시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부학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은 마치 실물을 직접 보고 있는 듯 생생한 현장감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당시 한양과 현재의 서울을 이어주기 위한 지명에 대한 ( )안 설명과 옥류동 47번지(185페이지) 라는 굳이 필요했을까 생각해 본다.

사건의 흐름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있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내용을 따라가기 수월하게 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1762년 5월 20일 오후 8시에 현장이 두 곳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11. 이야기 암호에 접근하다와 12. 영의정 홍봉한, 승문원을 찾다는 동시간대에 일어난 상황을 설명하지만 12 뒷부분에 11의 이후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다소 의문이 드는 시간흐름이 아닌가 싶다. 같은 시간대가 15와 16에 나오는데 이시간대는 이런 혼란 없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조선 역사에서 사도세자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 역사적 사실에 ‘만일에’라는 가정을 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도세자의 경우도 그가 갖는 성격 ‘강한 군주, 북벌에 대한 꿈, 민중을 위한 정치’ 등을 두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흥미롭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빠져 2권에 대한 궁금증에 조급해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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