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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 자존(自存)을 찾아 나선 여행
“영화 좋아하세요? 녜.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한 달에 몇 편이나 보시는데요? 좋아는 하지만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보지는 못합니다. 그럼, 음악은? 여행은? 책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한다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즐기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는 것을 실감하는 말이다. 내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렇다. 가슴에 담아두고 늘 그리워하는 것들은 누구나 많지만 막상 현실의 삶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하고 아쉬움만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 세대에게 통하는 현실이다. 그때그때마다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그에 맞는 현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의 삶은 누구나 비슷하게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고 생활현장에서 열심히 살다 밤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겉모습은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하나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하나 같은 삶이 없다. 비슷한 상황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깊이가 다르고 그러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인생의 기틀을 만들어가는 청춘의 시기에는 더욱 다양하게 보이는 각각의 삶은 그러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한발 더 다가가 깊은 내면을 보게 된다면 그들의 삶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 열세 명 청춘들의 삶을 깊은 발자국을 따라가 그들의 다른 삶을 보여주는 책이 있다. 저자 박근영의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 그것이다. 하덕현, 김주헌, 김민희와 이근희, 이종필, 임상범, 김풍, 이지린, 변종모, 백지원과 정연진, 김일영 등 겉으로 드러난 이들의 삶에는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연극배우, 화가, 영화감독, 에디터, 만화가, 뮤지션, 여행작가, 건축가, 시인이라는 각기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는 자신의 뜻을 이뤄가려는 몸부림이 있고 그 몸부림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삶은 찬바람 부는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님을 그들의 삶 속에서 확인한다. 저자가 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끄집어 낸 시간이 추운 겨울동안이었다. 눈 내리는 밤 가로등 불빛도 보이고 언손 녹이는 따스한 국물도 보이며 무엇보다 그들 가슴에 담은 따사로운 기운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바로 자기 스스로를 사랑이 마음이고 그것이 삶에 투영된 모습이다. 그들의 삶은 특별하다. 많은 청춘들이 가슴에 품은 꿈을 접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비추어 보면 분명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속에서 자아의 발견을 해 가는 중이기에 그들은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들이다.
열세 명의 발자취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꿈이 있고 그 꿈을 실현할 용기가 있으며 모진 겨울을 건너 막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그들의 가슴에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행이 자리 잡고 있다. 온통 여행인 삶도 있고 여행을 꿈꾸는 희망도 보인다. 사람의 삶 자체가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그 여행 속에서 찾고 싶어 하는 이상향이 바로 자신 안에 존재함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나로써 그들의 청춘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현실적인 삶속의 결혼이나, 직장, 돈, 집 등이 하고 싶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못한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으로 아쉬워만 한다면 그 청춘들의 삶 속에서 배운 바가 아닐 것이다.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가슴에만 담아두지 않고 꿈속으로 한발 내딛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