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알라딘 7기 신간평가단
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책, 인류의 정신활동의 총화다  

사람들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살아오는 동안 기억 속에 있는 것이든 내가 살았던 시대를 앞선 사람들의 흔적이든 간에 그것을 통하여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게 된다. 그 흔적 속에 담겨있는 인간의 정신활동과 실제 삶의 모습을 유추해보고 오늘을 살아가는 근거로 삼거나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기 위한 동기로 삼기도 한다. 그렇다면 역사 이래 인류가 이룩한 찬란한 정신활동의 결과물이 오롯하게 모여 있는 것이 무엇일까? 유, 무형의 문화유적 속에 포함되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생생한 모습을 담아놓은 기록물, 즉 책이 아닌가 싶다. 

책 속에 담긴 시대정신과 구체적인 사람들의 생활모습 때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혁명적 지침이 있어 책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현대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이끌어가는 도구가 빠르고 다양해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책이 주는 매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책의 무엇이 그런 힘을 갖는 것일까? 

볼프강 헤를레스, 클라우스 뤼디거 마이 공저 [책 vs 역사]는 바로 책이 가지는 폭발적인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고대, 중세,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에 관련된 책을 선정하여 그 책이 가지는 당시 사회적 배경과 저자의 노력을 담고 있다. [책 vs 역사]에서 다루는 책들로는 역사서를 비롯하여 사상서, 철학, 신화, 소설, 자연과학 보고서 등 인류 정신활동의 총화로써 책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류의 역사라고 불러도 좋을 정신활동의 총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저의 서’로부터 출발한 책의 탐험은 단지 그 책에 한정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진보를 살피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며 때론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부분까지 두루 아우르고 있다. 저자가 서양인이라 서양사 중심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괜한 염려가 될 뿐 이 책은 동, 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인류의 업적을 따라간다. 역사를 구분하는 근거에 따라 이 책 역시 그 근거를 쫒아 시대를 구분하고 그 시대에 출간된 책을 거론하고 있다. 

인류에게 종교의 영향력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고대, 중세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였다. 그 과정을 ‘구약성서’, ‘신약성서’, ‘벽암록’, ‘코란’ 등 종교서적을 중심으로 살펴 오늘에 이르는 종교사상사의 흐름까지 알아보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아틀란티스 혹은 세계 구조에 관한 지리학적 고찰’,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 등 자연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로의 여행을 시도했던 인류의 역사를 자연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의 책을 살피고, ‘유토피아’, ‘방법서설’, ‘사회계약론’, ‘순수이성비판’,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하여’, ‘공산당 선언’ 등 인류 사회 사상사도 포함한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이렇게 무거운 주제들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성찰이나 현실의 문제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고뇌를 담은 문학작품도 살핀다. ‘니벨룽겐의 노래’, ‘로미오와 줄리엣’,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파우스트’, ‘황야의 이리’, ‘반지의 제왕’, ‘헤리포터’까지 망라되어 있다. 

[책 vs 역사]는 50권에 이르는 책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인류사회사상사, 철학사, 종교사, 의학, 자연과학사, 문화사 등 인간이 이룩한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며 더디 넘어가는 책장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독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이룩한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고 참고해도 좋을 백과사전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시대를 마무리하는 각 부분마다 그 시대의 중심적 사상의 흐름을 정리 해 놓아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종이책의 한계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의 발간이 몰고 올 출판시장의 판도 변화에 주목하면서도 여전히 종이책에 대한 강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자책 또한 인류의 행보를 기록하는 기록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기에 여전히 책, 기록물에 대한 의미는 유효하며 어쩜 더 커져간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예전과는 달리 개인들이 자신의 사고결과를 기록할 수 있는 매체와 공간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도 주목 하게 된다. 그만큼 인류의 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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