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요만큼이 딱 좋은 거여
살아가다 보면 모질게 마음먹고 꼭 해봐야겠다는 것이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딱 꽂혀 옴싹달싹 못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그러한 대상이 되는 것은 한없이 아름다운 자연풍광이든 생각만으로도 먹먹해지는 어머니든 가리지 않는다. 알지만 어쩌지 못하고 알지도 못한 사이에 곁을 떠나가고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 그것을 우리는 그리움으로 부르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그리움 하나 가지지 못한 사람은 없다. 물론 그 대상은 사람에 따라 그 사람 수만큼이나 종류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며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 여기 평생 문학의 길을 걸어온 네 명의 문학인 오정희, 곽재구, 고재종, 이정록이 살아가며 감춰둔 이야기를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털어 놓는 이야기 속에는 가족, 고향, 자연, 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에 문학적 지향점이 담겨 있다.

그리움 하나, 사람 냄새가 풍겨 오다 : 오정희
내 마음의 고향, 열여섯 살, 그 새벽의 술 한잔, 이제사 들려오는 메아리, 딸의 어머니, 가계부를 뒤적이며, 저녁 산책 등을 통해 소녀에서 여자로 어머니로 문학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가슴 속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다. 가난한 소녀시절 꿈을 잃어버린 오빠와 함께한 낚시터 동터오는 새벽 생애 처음 접해보는 술 한잔이 작가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다.

그리움 둘, 그리운 낯선 곳으로 : 곽재구
작가와 여행은 불가분의 관계인 듯하다. 냄새, 내가 사랑한 시간들의 춤, 그 나무가 있는 풍경 등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또한 그림엽서에서 프리지아 향기를 닮은 맹인 부부, 세 명의 벗이 함께한 그리움을 향한 여행인 노래는 끝났어도 그리움은 한이 없어라의 기생 매창을 향한 한마음도 결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인 것이다.

그리움 셋, 자연의 내음 속으로 : 고재종
고재종 작가에게는 담양의 메테세콰이어의 가로수 길의 빛깔과 향기가 오롯하게 담겨있는 것 같다. 감탄과 연민, 처음의 빛깔과 향기, 공명에 대하여, 그 희고 둥근 세계, 세상의 근원에 대한 꿈, 사랑의 비밀 등 이 모든 글에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 공존해야할 양자 간의 소통의 공감이 그의 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그리움 넷, 고향, 그 정겨운 향기 : 이정록
할머니 얼굴의 주름살은 괜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주름의 깊이만큼 가슴에 쌓여있는 삶의 지혜를 오롯이 가슴으로 안고 있다. 피라미 연가에서의 이름에 읽힌 사연도, 내 사랑 버드나무여의 나무에도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할머니와 고향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가슴의 넓이는 얼마나 일까? 바늘 하나도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을 때가 허다하지만 우주 삼라만상을 다 품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도 사람 가슴이다. 살아가는 동안 그리움으로 쌓일 그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픈 마음이다. ‘요만큼이 딱 좋은 그곳’에 멈출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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