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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쿰부 트레킹
법상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히말라야는 어디에도 있다
요즘은 걷기 여행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아지는 시대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앞선다. 비록 건강을 챙기고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하게된 것일지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 속의 넉넉함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이제 이렇게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고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갖는다는 대단히 긍정적인 접근이라 더 좋아 보인다.
얼마 전 조선 선비들이 유명한 산을 찾아 그 정상을 올랐거나 기슭을 유람하며 느낌을 기록한 유산록을 접하며 이 시대 우리가 누리고 싶어 하는 걷기 여행 내지는 트레킹을 이미 누리고 살아왔음을 알고 그들의 넉넉한 마음자리를 보는 것 같아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은 또 다른 형태의 유산록으로 다가온다. 그것도 구도의 길에서 깨달음을 향해 단단한 삶을 살아가는 스님이 숙명과도 같은 히말라야를 방문하고 14여 일 동안 걷기여행을 통해 자연이 주는 그 고운 심성과 함께하는 동안 얻게 되는 자기고백이 담긴 여행의 기록이다. 구도자의 수행과 명상의 오롯한 마음자리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묘한 설렘 같은 것도 있다.
카투만두에서 루쿨라 팍딩, 남체바라, 상보체, 텡보체, 딩보체, 낭카르창 피크, 로부체, 칼라파타르를 정점으로 다시 종라, 촐라패스, 닥낙, 고쿄, 마체르모, 쿰중, 루쿨라, 카투만두로 돌아온 일정에서 히말라야에서 보고 느낀 자연의 풍광과 자연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한 구도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 법상 스님은 여행을 떠난 사람이 진정한 길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비우고 활짝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옳고 그름, 아상, 고집, 돈, 명성, 권력, 인기, 소유 등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붙잡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옹졸함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여행을 통해 얻게 될 모든 것이 그 빈자리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저자는 히말라야의 자연 풍광만을 전해주기 위해 쓴 책이 아님을 알게 한다. 히말라야를 올라가는 동안 고도가 높아지는 것에 비래하듯 구도자의 자기고백에서 일반 독자들의 삶에 산소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성찰의 결과를 내 놓고 있다. 스님의 명상 순례기인 동시에 독자들에게는 인생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현장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은 생생한 사진이 돋보인다. 히말라야 언저리의 구석구석을 앉아서 보는 눈의 호사함과 더불어 스님의 명상을 통해 얻은 마음의 평화가 마음의 호사를 누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온난화로 만년설이 녹아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스님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또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경험자의 충고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 순간이 순례길이며, 여행길이다. 히말라야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매 순간 순간에 거기 그렇게 언제나 있다.”
스님의 말처럼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매 순간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갈 때 그 삶이 성찰의 순례길이며 히말라야로 가는 트레킹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