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오네긴 을유세계문학전집 25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김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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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애틋한 마음
삶에서 ‘만약에’라는 가정이 존재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직업, 학교, 여행길 등 사람에 따라 수 만 가지가 되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고 암송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이러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은 현실에서 오는 온갖 불안 요소로부터 위안 삼아 보는 하나의 꺼리가 될 수 있기에 여전히 유효한 가정이 아닐까?

이렇게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러시아의 시인으로 유명한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시 소설‘예브게니 오네긴’은 뜨거운 청춘으로 한때를 살았던 모든 이들에게 지나간 시간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저자 푸슈킨이었기에 이 소설 속 테마인 사랑, 청춘이 주는 의미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듯하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귀족의 삶을 살아가는 예브게니 오네긴과 순수하고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시골 처녀 타티아나와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의 사연을 시로 엮은 작품이다. 권태롭기만 한 생활을 하던 예브게니 오네긴은 친척의 사망으로 남겨진 유산을 받기 위해 시골로 간다. 그곳에서 순수하기만 한 시골 처녀의 순박한 사랑고백을 받지만 이를 거절하고 만다. 한편 타티아나는 모스크바로 와 전쟁 상이군인과 결혼하고 우아한 귀부인이 되어 사교계를 주름잡는다. 한 사교장에서 타티아나를 만난 예브게니 오네긴은 변한 모습에 옛 일을 생각하며 사랑을 호소하지만 역시 거절당하고 만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두 편의 편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편지는 시골 처녀 타티아나가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담아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보낸 것이다. 청춘 시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설렘과 부끄러움, 두려움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상황이 변하여 우아한 귀부인 타티아나에게 보낸 예브게니 오네긴의 편지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그 사랑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느끼는 후회, 아쉬움, 어쩌지 못하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 등이 담겨있다. 

19세기 러시아의 상황에 대한 이해부족, 시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오는 생소함이 있지만 읽어가는 동안 느끼는 시가 갖는 운율이 있어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곳곳에 말줄임표가 등장하여 이것이 뭔가 싶기도 하다. 또한 자주 등장하는 문학인들에 대해서도 막연히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는 생각에 머물게 된다. 푸슈킨이 살았던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황에서 가능했을 다양한 인간의 생활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이해를 돕는 작품해설을 보면 긴 시간이 걸렸다는 역자의 고뇌가 알만하다는 생각되 든다. ‘낭만적 꿈에서 현실로 그 이행을 노래한 긴 애가(哀歌)’라는 작품 소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듯싶어 공감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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