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5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머무는 여행’으로 바라본 지리산 탐방기
대부분 도시의 콘크리트 벽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소망하는 것 중 하나가 ‘떠남’에 있다. 이 ‘떠남’에는 강물처럼 마냥 흘러가는 동안 새롭게 만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또한 잠시나마 머물며 안주하고 그 속에 속함을 느끼는 것이 있다. 둘 중 무엇이 좋다고는 단정하지 못하는 것은 떠나는 주체가 무엇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더라도 ‘떠남’ 속에서 ‘머무는 속 공감’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떠남’의 대상이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 머무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머무는 여행에 대한 테마를 살려내며 ‘잘 하는 여행’의 선두에 선 사람이 [지리산]의 작가 김영주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그동안 이 머무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캘리포니아, 토스카나, 뉴욕, 프로방스에 이어 우리 땅이면서 한 번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지리산’으로 정하고 구례의 '곡전재'라는 한옥 고택에 여장을 풀고 지리산 둘레를 가슴에 담고자 한 것이다.

[지리산]은 한마디로 교양수준의 지리산 탐방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곡전재에 자리 잡아 지리산 주변을 여행하고 머무는 동안 함께 한 사람들, 보고 느낀 자연 속 감동, 전국에서 지리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살아가는 사람들과 지리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1부는 외국 여행에 익숙한 저자가 캐나다 로키는 너무 무모하기에 국내로 눈을 돌리게 되고 단순한 이유로 찾게 되어 곡전재에 머물며 지리산과 마주하는 내용이다. 구례를 중심으로 화개, 하동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을 중심으로 한 문화유적, 지리산학교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머무는 저자를 찾아오는 서울 사람들을 맞이하여 함께하며 점차 지리산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2부는 로키산맥을 등정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택한 지리산 종주를 감행하며 지리산 품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지리산에 대한 감회가 잘 나타나고 있다. 가을 문턱에서 찾아온 세찬 비를 맞으면서 저려오는 다리를 부여잡고 감행한 종주길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의 마음이 따스하게 스며있다.

3부는 지리산 종주에 성공한 저자가 아직 가보지 못한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또 다른 지리산 자락을 재방문하여 통나무산장에 머물면서 다리품을 팔고 느낀 지리산 자락의 넉넉함을 담았다. 진주 겁외사의 산사음악회, 남명 조식 유적지, 남사 예담촌, 간디학교, 실상사 등 지리산 동북부 지역을 망라한다.

솔직한 고백, 담담하면서도 그만의 맛이 있는 저자의 심성, 실감나는 화보까지 있어 지리산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인생에서 알아야 할 것은 다 알아 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이 지천명에 눈을 우리 땅으로 돌리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속내를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고 내 보이고 있다. 저자가 지리산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하나 둘 알고 느끼는 동안 독자 역시 그 심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지리적 정보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역사 속 당당하게 우리 삶과 함께 해 왔던 산이기에 그냥 산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이제야 그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것은 세상에는 지리산 종주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두 중류로 구분될 수 있다는 말에 자신의 지리산 종주로 가슴 뿌듯해 하는 자긍심도 있다. 

‘한반도의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서 최남단인 전남 해남까지 약 62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자그마한 땅덩어리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놀랄 일이 많다.’(본문 60페이지)

자랑처럼 들리는 저자의 이력 중 외국생활이나 출장 그리고 그간 출간한 머무는 여행 책들이 전부 외국의 풍경을 담은 것에서 출발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 글에서 느끼는 저자의 이러한 의식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가 해남에서 고성까지를 이르는 말인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지 충분히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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