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코드 - 너와 나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소통의 공간
신화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소통을 전재로 하는 자신을 향한 감정
동양철학의 핵심 사상 중에 치심(恥心)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으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을 향해 눈을 돌리는 감정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많은 부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삶이고 또한 그런 환경에 마음 쓰는 동안 정작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고 대부분 살아간다. 그렇게 일상에 묻혀 살더라도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의 내부와 만나는 시간이 있다. 그러한 기회가 되면 외부로만 향하던 마음이 오로지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치심(恥心)이라는 것이다.

옳음, 그름, 좋음, 싫음, 슬픔, 성냄, 두려움, 부끄러움...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정은 홀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규범이나 가치관에 의해 규정될 때 가지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 역시 바로 사회적 인간의 속성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렸다는 말은 그래서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서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파악해도 될 듯싶다.

너와 나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부끄러움 코드]는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저자 신화연이 현대인들에게서 보이는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올바른 소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혼자 있든 사람들 사이에 있든 얼굴을 붉히게 되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 그 부끄러움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현실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부끄러움이 가지는 다양한 기능까지 살펴 그것이 가지는 순기능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1부에서는 부끄러움의 근원에 대해 살핀다.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인간이 가지는 근본 감정에서의 부끄러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2부는 1부에서 파악한 근거를 토대로 실생활 속에서 부끄러움의 실제를 찾아보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구체적 예를 들고 있기에 다가가기가 쉽다. 3부는 부끄러움이 가지는 개인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동서양의 문화차이로부터 발생하는 인식의 차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섹스스캔들 사건, 여성의 존재인식에 대한 책 그리고 ‘밀양’과 같은 영화까지 저자가 살피는 사회적 환경은 다양하다. 그 속에 구체적인 사회적 단절의 모습에서 소통으로 나아가는 방법과 내용을 찾아내고 있다.

저자는 부끄러움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우리의 행동이나 경험이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행동이나 경험과 어긋났다는 깨달음에서 온다고 말하고 있다. 즉 개인이 속한 사회의 규범이나 가치관과 자신의 사고와 행동이 충돌했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 상태라는 것이다. 뼈 속까지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기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출발을 그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사회적 존재로써 인간이 개인이 느끼는 소중한 감정을 바탕으로 소통되는 공간의 출발을 부끄러움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전재가 의미 있게 될 때 비로소 ‘타인의 감각으로 같이 그 아픔을 견뎌주는 것, 타인의 눈으로 타인의 세계를 같이 겪어주는 것, 거기가 부끄러움이 희망으로 바뀌는 자리’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존재하는 부끄러움의 감정에 솔직한 성찰을 바탕으로 할 때 타인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그를 바탕으로 사회가 건전한 문화로 채워질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점차 사라져가는 부끄러운 감정에 대한 인식,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자기모순의 길로 빠져드는 현대인들의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나 스스로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찾아볼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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