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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스퀘어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21
헨리 제임스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밋밋하지만 사랑이 담긴 가족이야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결혼은 당사자에게는 일생을 건 커다란 사건임에 틀림없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시대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뤄 삶의 행복을 꾸려가는 것이라고 본다면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결혼생활을 가꿔가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빛나는 청춘의 시기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확인하고 결혼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음을 종종 보게 된다.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사회제도가 붕괴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결혼이 가문과 가문의 만남이라는 말에 의해서도 확인되는 전통적인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그래왔다.
[워싱턴 스퀘어]는 19세기 미국사회에서 벌어졌던 한 가정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아 사교계에서도 잘나가는 의사 아버지의 딸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건과는 달리 그저 평범한 성장을 보인다. 아버지의 동생 고모의 보살핌으로 성장한 딸 캐서린은 어느 파티에서 잘나가는 청년 모리스 타운젠드를 만나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결혼 적령기에 있던 캐서린은 어머니의 막대한 유산이라는 흥미로운 조건이 두 사람의 결혼이 제약을 받는다.
의사 아버지의 시각에 의해 잘나가는 청년 모리스 타운젠드가 캐서린의 유산을 노리는 불손한 의도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모리스가 가진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한편 고모 페니먼 부인의 행보는 이해하지 못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두 사람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어느 때는 모리스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로 보이는 모습은 캐서린과 고모라는 사이에 벽을 치기도 한다. 한편, 모리스 타운젠드의 행보 또한 어설프기만 하다. 사랑인지 유산에 대한 유혹인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점차 무기력한 모습에 유산을 노린 결혼이라는 쪽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이끌어 가는 것 같은 결말이다. 명확한 파혼 선언도 아니면서 다른 곳으로 떠나 결혼까지 한다. 캐서린과 모리스의 결혼에 결정적으로 반대했던 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결국 자신의 유산을 사회에 환원시키고 만다.
저자가 그려나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는 희미한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듯싶다. 주인공 캐서린의 전면에 등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리스도 주변에 겉돌기만 하게 그려진다. 그렇더라도 아버지의 딸에 대한 심정은 이해할만한 부분이 많다. 물론 자신의 사회적 지위, 유산 등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 딸 캐서린의 갈등이 한 측면이 착한 딸로 아버지에 대한 의무감에 머물러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표현하지 못함도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린 뒤 다시 찾아온 모리스 타운젠드를 바라보는 캐서린의 태도는 자신을 버리고 멀리 달아난 배신에 대해 용서했다고는 하지만 시간의 흐름도 결코 돌리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캐서린이 결혼하지 않은 모습이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한 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19세기 미국 사람들의 생활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 [워싱턴 스퀘어]는 극적인 상황이나 긴장감이 보이지 않고 지극히 관조적 경향을 보인다. 의도적인 저자의 글쓰기이라고 봐도 일반적으로 소설에서 느끼는 이야기 흐름의 극적인 반전이나 긴장감이 없기에 밋밋하다. 인생의 청춘시절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결혼을 둘러싼 주변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를 유추해 보는 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