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
사마천 지음, 김원중 엮음 / 민음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근본도리를 생각해 본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여러 저작들이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뜻이 시대를 불문하고 빛을 발하기 때문이리라고 본다. 그중 동양의 고전으로 사마천의 사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사기는 태사공서라고도 하며 중국의 오제 때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3000여 년 동안의 기록을 모은 책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열전’, ‘본기’, ‘세가’의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기록한 여타의 기록물과는 달리 사기는 정치사에 편중됨이 없이 천문 지리를 포함하여 경제, 예술, 철학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인간 전체를 대상으로 오늘날의 백과사전 류의 역사서라 불러도 무방할 내용의 역사서이다.

사마천은 전한 시대 사람으로 아버지 사마담은 천문 역법과 도서를 관장하는 태사령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20세 때에 중국 전역을 자유롭게 방랑하며,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고 고서적을 수집하고 자료를 섭렵했다. 아버지 사마담이 죽으면서 자신이 집필하기 시작한 [사기]의 완성을 부탁하고, 그는 그 뜻을 받들어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마천이 본격적으로 사기를 집필한 것은 ‘이릉의 화’를 당하고부터다. 곤란한 처지에 처한 사마천은 옥중에서도 저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후 신분이 회복되어 아버지의 유언을 받든 지 20여 년 만에 불후의 역사서인 [사기]를 완성하게 되었다.

[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는 바로 이 사마천의 사기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국내에서 ‘사기’에 관한 전문가로 알려진 김원중 교수에 의해 새롭게 구성된 책이다. 방대한 사기에서 오늘날 청소년에게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도 좋을 명장면 70여 편을 선정하고 이를 해설하며 본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설명을 덧붙여 놓아 관련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는 구성을 보인다. 사기 130여 편중에서 112편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모습을 담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주목할 만한 이야기로는 순리열전에 나오는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를 비롯하여 상군열전 편의 ‘새로 만든 법은 믿음 속에서 꽃필 수 있다’ 진시황 본기의 ‘시대의 변화에 따르라’ 위공자 열전의 ‘숨어사는 선비 얻는 법’ 맹상군 열전의 ‘받지 못할 돈을 받는 법’ 소 상국 세가의 ‘사냥개와 사냥꾼의 차이’ 등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70여 장면을 모두 사람사이에 지켜야할 동양철학의 덕목인 인, 의, 예, 지, 신, 충에 대해 알게 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내용을 저자의 기준에 따라 5부로 나누고 있는 이 책은 ‘사기’가 단순히 처세술에 국한 된 것이 아니기에 인간의 근본에 대해 성찰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시대에 따라 동일한 환경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한결같이 흐르는 인간 근본의 도리는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상에 의해 초개같이 목숨을 버리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어가기도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모습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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