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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에 미치다 - 150년 전의 천재와 사랑에 빠진 빈섬의 황홀한 지적 탐험
이상국 지음 / 푸른역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상국으로 인해 되살아나는 추사 김정희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자신의 가슴을 차지하며 오랫동안 영향을 주는 것을 만나는 것은 어쩜 행운인지 모르겠다. 그것으로 인해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도 있지만 때론 그것으로 인해 고달프거나 어려운 고비를 맞기도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삶의 방향과 지평을 넓혀주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그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그것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것은 흔히 말하는 직업이나 취미활동도 되겠지만 자시의 삶을 통째로 바꿀 스승을 만나는 일이 가장 큰 것일 것이다.
개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믿고 의지하며 때론 위안 삼을 수 있는 스승의 존재는 참으로 크다. 옛 선조들의 삶에서 보면 그러한 스승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현대 사람들에게 스승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 스승의 존재를 인정하고는 있는 것일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스승에 대한 가치는 현격하게 달라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게 하는 말이다.
이러한 시대에 한사람을 향한 오롯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을 만난다. 빈섬 이상국이라는 사람의 [추사에 미치다]를 통해 그가 말하는 추사보다 이상국이라는 사람에 관심이 더 가는 것은 무엇일까?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접하고 변하기 시작한 자신의 삶에 온통 세한도와 추사 김정희로 채워졌다는 한 사람을 만나는 행운이 있다.
그 사람 빈섬 이상국의 눈과 마음으로 들여다 본 추사는 어떤 사람일까? 이 [추사에 미치다]는 세한도을 처음 접할 때 저자가 느끼는 감정으로부터 출발하여 인간 추사, 연인들 그리고 사랑, 추사쟁이의 눈으로, 추사와 놀다, 추사 시를 읽지 않고 추사를 말하지 말라, 에필로그 : 추사와 완당, 어느 것이 대표 브랜드일까에 이어 추사를 맨가슴으로 읽는 방법까지 온통 추사 김정희를 바라보는 외 사랑의 마음으로 넘치고 있다.
저자 이상국은 추사 김정희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아니 단순한 애정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진한 감정이 책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 사람 추사 김정희에 대해 이토록 열정적인 탐구를 할 수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추사 김정희 대한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 추사가 관심 보였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그리고 추사 고택이나 출생지, 제주도 대정리 추사 적거지 까지 추사의 흔적을 발품 팔아 찾아 나선다. 그 기간이 무려 장장 8년이란다. 그 노고를 무엇으로 말해야 할까?
빈섬 이상국의 [추사에 미치다]는 추사에 관한 그동안의 이해와 추사작품을 가지고 논란이 되었던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저자 자신의 시각으로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유홍준의 추사와 빈섬 이상국의 추사, 간송미술관 최완수의 추사와 빈섬 이상국의 추사 사이의 차이점을 비롯하여 조희룡을 추사의 제자로 인정하는 빈섬 이상국의 시각 그리고 추사와 연인들에 대해선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이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추사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무한한 애정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정도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서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에 대한 이렇게 애정 어린 관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동안 추사 김정희를 말하는 사람들 특히 교과서적이고 학문적이며 현학적이기까지 해서 도저히 일반인으로서는 가깝게 여길 수 없었던 추사를 사람들 내 곁으로 친근하게 다가서게 하는 점이 좋아 보인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유홍준의 완당평전, 한승원의 ‘추사’ 등 몇 권의 책을 읽으며 단편적인 지식으로나마 추사 김정희에 관해 이해했던 부분이 새롭게 다가오거나,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세한도와 추사 묘 앞에 선 소나무 한그루가 닮아 있음은 바로 역사적 인물 추사를 살아 있는 스승으로 이어주는 다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