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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카 시 선집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5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민용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2월
평점 :
스페인 국민시인 로르카를 만나다
한때 내게도 시인의 눈과 가슴이 있었으면 싶었다. 시인의 언어가 담고 있는 그 절절한 감정에 매료되어 시를 읽고 그런 시를 발표하는 시인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때론 시를 지어보고자 하는 어설픈 욕심도 부려봤지만 이내 멈추고 말았다. 시인은 그들만의 독특한 눈과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리라.
어떤 문학 장르보다 짧은 문장이나 단어 몇으로 구성된 시가 감동으로 다가올 때는 아마도 그 시에 담긴 시인의 정서와 내 정서와 사상적 기조가 교감하고 맞아 떨어질 때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정서적 교감이나 사상적 동일성이 교감할 때는 시인의 국적이나 민족성, 살아온 배경 등은 무관하게 작용하게 된다. 어떤 시를 감상하고 그 시에 매료될 때 느끼는 오묘한 감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로르카]는 중남미에 위치한 스페인에서 생전에 이미 국민 시인 취급을 받았던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이라고 칭해진다고 한다. 그의 시에 담긴 민족적 정서나 문학적 감성이 스페인 민족 그것에 가강 근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로르카 시 선집은 바로 그러한 시인의 시를 첫 시집 시 모음(1918~1920)부터 어두운 사랑의 소네트(1936)까지 시인이 발표했던 시집의 총 9권이 담겨 있다.
시인 로르카는 시 뿐만 아니라 극자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버리고 스페인이 처한 정치적 혼란 상황에 모르쇠로 살아가지 않았다. 절친한 벗이 공산주의자이기도 했으면 당시 독재정권의 손발이었던 민병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담은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 극우파 정권에 의해 소련 스파이로 지목되어 총살되기까지 극적인 삶을 살아온 시인이었다.
하지만 내가 로르카 시인의 시를 통해 공감하는 바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민족성 감성이 다르고 가치관의 차이가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지만 더 큰 이유는 로르카 시인의 감성에 제대로 빠져보지 못하는 내 메마른 감성이 그 이유일 것이다. 로르카의 많은 시들 중에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로는 십자로, 부정한 유부녀, 보름달이 뜰 때, 안타까운 사랑 등이다.
20세기 스페인 최고의 시인이며 스페인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시인이라는 로르카의 시를 접하며 인기 있는 시인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자신의 정서적 모태가 되는 민족의 감정, 자신이 살아가는 민족의 현실 등 시인이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에 튼튼히 뿌리박은 정서적 사상적 토양이 시에 담겨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 시인에 대한 지독한 사랑은 무엇으로부터 출발하게 될까? 역자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