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인연법으로...
사람이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영향 받고 그 영향으로 얻은 삶의 지표를 방향삼아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마련이다. 누구나 그렇게 자신의 삶에 깊은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인생의 참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랜 시간 얼굴을 맞대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굳이 아니어도 좋다. 영화나 책 등 기타 자신의 조건에 어울리는 인연으로 그 사람의 가르침을 받는 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책속에서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거나 삶의 가르침을 준 사람에게 많은 의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책을 통해 접한 한 사람의 삶에서 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고 그 사람의 삶을 거울로 내 삶을 비춰보고 있다.

[소설 무소유]는 무소유를 삶의 지표로 삼아 자신을 비롯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위안과 지표로 삼게 했던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저자 정찬주는 법정 스님과의 재가 제자라는 특별한 인연으로 법정 스님을 가까이 뵈었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법정 스님의 진실한 삶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저자는 그 이야기를 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러 담아내고 있다.

법정 스님의 출가 전 속명이 박재철인가 보다. 청년 박재철이 나고 자란 속세의 둥지를 벗어나 깨달음의 길을 나서는 부분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은 어린 시절 겪었던 삶의 고난과 가족의 따스함이 담겨 있다. 목포로 유학하고 절에서 총무라는 소임을 맡아 일찍이 불가와의 인연을 맺어왔던 박재철은 당대의 큰 스님이셨던 효봉 스님에게서 ‘법정’이라는 법명을 받아 출가한다. 이후 미래사, 해인사, 도솔암, 통도사, 대래헌, 송광사 불일암 그리고 수류산방에 이르기까지의 행적을 쫓아가고 있다.

해인사 시절에는 한 아주머니의 팔만대장경을‘빨래판 같은 것’이라는 지나가는 말에서 문득 자신의 나아갈 방향을 잡기도 했고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헤쳐나가는 사람들과 인연 맺으며 고난을 겪기도 했다. 머무는 곳이 어디든 스님의 삶은 ‘무소유’라는 스스로 정한 혜안을 등불 삼아 구도의 길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후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강연과 법문을 이어가다 미리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써놓은 유서대로 이승의 삶을 마감한다.

[소설 무소유]는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담백한 문장으로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 인간적인 고뇌를 비롯하여 구도자로써의 삶에서 겪는 어려움, 도반의 따스한 마음, 어른 스님들의 보살핌 그리고 대중과 만나는 일련의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소유’법정 스님을 대표하는 말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 이외 더 갖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종교의 구도자를 떠나 한 인간의 삶에서 은은하게 묻어나는 ‘맑고 향기로움’은 그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 빛이 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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