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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
유홍준.김영일.배병우.정구호.김봉렬.조희숙 지음, 아름지기 엮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장인정신은 시대와 분야를 초월한다.
한적한 산중 깊은 밤을 울리는 대금소리와 사람들의 느긋한 마음이 모여 있다. 대금 선생님의 대금이야기에 푹 빠져 현재 자신의 조건에 맞는 대금공부를 생각한다. 평생 대금과 살아온 대금 전공자의 이야기는 취미로 대금은 만지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저 건너 먼 곳에 위치한 사람이다. 자신의 의지를 모아 한 길로 매진해온 사람이기에 그 시간의 흐름만큼 깊이가 담겨있음을 알고 있기에 한 마디 한 마디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렇듯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그 분야의 우뚝 선 마루 같은 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늘 존경의 대상이며 시대정신을 이끌어가는 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장인은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워 간직해 온 각 분야에서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는 우리가 사는 오늘날 우리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문화와 장인 그리고 장인정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유홍준, 김영일, 배병우, 정구호, 김봉렬, 조희숙 등이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장인과 우리문화의 현주소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재)아름지기라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비영리단체에서 진행한 ‘이 시대의 장인정신을 묻다’라는 주제로 의미 있는 작업의 결실이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에 담겨있는 우리문화의 분야로는 문화유산, 음악, 사진, 의상, 건축, 음식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우리시대의 명인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다. 관심 분야에 따라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장인이 될 때까지 그들이 기울였을 땀과 노력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난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지만 장인정신은 가질 수 있다는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타고난 자질에 열과 성을 다하는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물이 창작물로 나타나고 그것이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인정받을 때 비로써 그들의 업적은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문화유산 답사기로 한 시대를 흔들었던 유홍준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사진을 전공하고 인류학을 공부한 사람이 우리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을 넘어 국악전문 음반사까지 만들어 우리 소리를 담아가고 있는 김영일에 대한 부분에서는 지금 대금 공부를 하고 있는 내 처지와 비교하며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장인들의 생각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장인,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일에 ‘신념’을 가지고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 낸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결과물로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에 요구되어지는 장인, 장인정신은 먼 산 바라보듯 경외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결과물이 시대정신과 부응이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과 교감이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