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겐 을유세계문학전집 14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홍진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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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포로인 사람들
인간에게 성(性)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사 이래 이러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질문일 것이다.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의 종족보존 차원을 넘어 분명 무엇인가 있다. 다른 동물들과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이러한 다른 무언가는 시대의 흐름과 문화적 요소로 나타나는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 의해 의미 있는 문화적 요소로 파악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또는 시회를 규정하는 규범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현대에도 그 모습은 너무나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같을 것이다.

이러한 성을 주제로 문제적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 르투어 슈니츨러은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을유문화사 발행 [라이겐]에는 라이겐, 아나톨, 구스틀 소위 등 세 작품이 실려 있다.

[라이겐]은 바로 이러한 성에 대한 이야기를 독특한 희곡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19세기말 오스트리아 빈을 무대로 새로운 인간관과 세계관이 형성되어지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 르투어 슈니츨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을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를 기본 바탕으로 그들 사이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창녀와 군인, 군인과 하녀, 하녀와 젊은 주인, 젊은 주인과 젊은 부인, 젊은 부인과 남편, 백작과 창녀 등 이들의 대화의 주된 내용은 남녀 성에 대해 서로의 감정을 은밀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들에게는 신분이나 나이 차이, 결혼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꼭 우리가 사는 현실의 한 단면을 솔직하게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 외 두 작품 중 하나인 [아나톨]은 일곱 편의 단막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주목되는 작품으로 결혼식 날 아침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아슬아슬하게 전개되는 대화의 틈바구니에 읽는 사람을 끌어 들여 극적 상황에 노출시킴으로 그 효과를 배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결혼식 전날까지 애인을 침실로 불러들여 놀아나는 모습은 상상을 불허한다. 복수를 다짐하고 물러가는 애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일상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이러한 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문학작품은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성적 욕망에 대해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문학작품이 아닌가 싶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분명 존재하더라도 성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해 보인다. 누구나 불륜을 꿈꾼다는 현대인들이 이 작품 속 인물들 중 하나와 자신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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