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셰스쿠 - 악마의 손에 키스를
에드워드 베르 지음, 유경찬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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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향한 인간의 몸부림을 보다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말들이 있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사회적 관계는 그 사람의 지위와 긴밀한 결합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표상으로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중에 바로 권력이 있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보면 종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절대 권력의 모습은 왕권이 유지되었던 시대를 넘어서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우리의 경우도 해방 후 독재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의 박탈, 인권의 말소, 대외 외교의 사대주의 등 다양한 모습을 직접 경험한 전력이 있다. 독재 권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지난한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우리의 경험은 동남아시를 비롯한 이웃나라나 동구유럽, 남아메라카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해온 인류의 공통된 아픔이자 걸림돌이었다.

[차우셰스쿠 : 악마의 손에 키스를]는 우리와 지리적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있었던 동구유럽 루마니아의 정치사를 대변하고 있는 절대 권력자 차우셰스쿠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중국의 루이 황제를 담은 ‘마지막 황제’의 저자로 세계사의 굵직한 선을 그었던 현장을 목격하고 담아왔던 에드워드 베르의 작품이다.

이 책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건물 발코니에서 서서 수많은 군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뒤 헬리콥터를 타고 부쿠레슈티를 황급하게 떠나는 차우셰스쿠 부부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단지 절대 권력을 누렸던 한 사람의 부패정치의 이면만을 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루마니아 근현대사를 개괄하며 좌파민족주의, 공산주의 등의 이념이 형성되어가는 과정, 러시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차우셰스쿠 부부가 정치에 등장하는 모습이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담아내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정규학력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한 그들이 어떻게 정치권력을 잡게 되었는지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절대 권력으로 국민을 억눌렀던 모습은 비슷하다. 또한 정치권력과 부정부패는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우셰스쿠 부부 역시 그 경우를 벗어나지 않고 같은 과정을 보이며 비슷한 최후를 맞이했다. 

“우리는 루마니아를 다시 세우기 위해 혁명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 해외로 도피하면 살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차우셰스쿠가 사라진 후 국경을 넘었을 뿐이다.”

생각할 여지를 많게하는 말이다. 삶을 영위하기에 급급한 절대권력 치하의 국민들의 모습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우리 정치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렇게 거대한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근본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비롯한 자각이 자신과 이웃을 넘어서 나라와 민족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겪었던 정치적 상황과 떨어질 수 없는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이 책은 술술 읽히고 있다. 저자의 섬세한 글 솜씨와 더불어 현장감 있는 내용구성도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주변을 둘러싼 이웃나라와의 관계에서 그들 민족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가꿔온 루마니아 국민들이 차우셰스쿠 권력 이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에 따라 루마니아의 미래는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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