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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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자필멸 회자정리
동양사회에서 사람은 자연의 일부였다. 태어나서 자연이 주는 온갖 혜택을 누리고 살며 죽어서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바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품에 깃들어 사는 사람의 생활도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살펴 자연의 운용원리 안에서 살아가고자 했다. 천지(天地) 간(間)의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인 인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훗날 학문에도 그대로 내포되어 사람들의 삶과 운명을 가르는 지침으로 삼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삶을 살아왔던 흔적들은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 살아갈 집터를 잡을 때도 죽은 조사의 묘 자리를 잡을 때도 여전히 지대한 역할을 한다. 즉, 풍수지리학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며 자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는 의미에서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풍수의 한국사]는 자연과 더불어 삶을 살아왔던 조상들의 삶의 방식을 풍수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며 이것이 역사상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사람들을 예로 살피고 있다. 저자 이은식은 단순히 텍스트 상으로만 존재하는 역사가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보고 듣고 느낀 역사의 현장들을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미 다른 저서 <문밖에서 부르는 조선의 노래>, <모정의 한국사>, <우리가 몰랐던 한국사> 등으로 익히 눈에 익은 저자다.

[풍수의 한국사]는 우선 풍수사상이라는 것의 일반적인 내용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풍수라는 것이 단순히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삶에 너무 깊은 영향을 주었기에 각별한 눈으로 다시 살피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풍수의 기원에서부터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 오늘날의 풍수사상까지 아우르고 있다. 일제치하 우리나라의 맥을 끊어버렸다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흥미수준을 넘어 민족 간의 문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러한 풍수사상에 근거해서 우리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건을 알아본다. 중심적으로 조선의 건국과 관련되어 도읍을 정할 때의 이야기를 풍수지리학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단지 도읍을 정할 때 풍수로 풀어내는 부분뿐 아니라, 발복 만을 기원하는 수준을 넘어 인문지리 분야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모습을 알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집터를 잡거나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때 자연과 어울리는 인간의 삶을 기준으로 살피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명지 명당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풍수지리학에서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을 조선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의 묘역을 찾아 역으로 살피고 있다. 여기에는 광주이씨 선산을 비롯하여 구정승이 묻혔다는 구정승골, 경기도 여주의 인풍, 이천의 풍수 지리적 흔적을 찾아보고 있다. 103년의 세월 차로 같은 터에 태어난 최영과 성삼문의 이야기는 자못 흥미롭다. 또한 세종과 예종의 모습은 그저 부모를 잘 모시려는 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인간적인 면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풍수의 한국사]는 풍수라는 막연하지만 긍정적인 인식보다 점차 부정적인 인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풍수사상이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 예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는 선조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조상을 모시는 기본이 어디인지를 알게 하는 계기뿐 아니라 선조들의 발붙이고 살아가는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련성 밝히는 지혜가 숨어 있음을 본다.

“역사를 우리의 거울이라고 한다면 현대인의 모습을 비춰주고, 잘못된 부분을 현대인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참다운 거울 노릇을 해 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이은식의 역사의식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사를 다시 보게 하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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