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 시선 시인선 50
황시은 지음 / 시선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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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 어떤 이도 못 말리는 일방통해
언젠가부터 인지 부럽기만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일상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사람의 가슴이 부러울 뿐이다. 그 사람은 바로 시인이라는 사람이다. 같은 시간,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 사람에게서 표현되는 느낌은 다르다.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보이게 하는 것일까? 내내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더라도 모든 시인에게 부러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시인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 부러움은 사라지고 이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는 새롭게 만나는 황시은 시인의 시집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어떨까? 일상의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 보인다. 시인의 무엇이 그토록 가슴에 남는 울림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일까?

4부 60여 편에 달하는 시인의 작품이 담긴 [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에는 우리 내 어머니와 누이의 그리움이 잔잔한 물결로 흐르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무심하지 않는 사람의 일상이 있으며 늘 상 시인과 함께하는 시간의 흐름이 간혹 멈춰서는 지점에 닿아 있는 여인의 속내가 보인다. 그 멈춰선 지점은 시인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모티브가 존재하기에 누구나 잠시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바로 그 머뭇거림이 있기에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마음과 그리움이 머물 수 있는지도 보금자리가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모두 시詩네요'

우리 내 삶 중에 시 아닌 것이 있을까 싶다. 시라는 문학 장르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잠시 시선을 붙잡는 무엇 하나라도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시라는 것이다. 봄 새싹이 돋는 것, 지나가는 아가씨의 옷차림, 생선장수의 삶의 외침, 가슴에 묻은 어머님의 깊은 속내 심지어 오빠의 병명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詩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인 황시은의 눈이 머물고 마음이 깊든 그 모든 것이 시라는 느낌이다. 

'봄
어떤 이도 못 말리는 일방통해'

깊은 겨울의 움츠렸던 기운을 힘으로 삼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봄에 대한 이만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굳이 여인내의 가슴이 아니라도 터트리는 꽃망울, 바람결에 전해지는 꽃내음에 취할 수 있는 가슴이라면 아무도 못 말리는 일방통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봄은 그렇게 다가오기에 시인은 봄이면 입덧을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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