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그림과 음악 사이, 사랑의 다리를 놓다
대금을 손에 잡은 지 2년, 아직 발걸음도 때지 못한 수준이지만 어느 순간 ‘아~ 그래 이 소리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불고 또 불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때 마음에 와 닿았던 그 느낌과 순간적인 전율이 있어 어렵기만 한 대금을 다시 손에 들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소리를 내어 우는 것은 가슴 속에 품은 바가 있기 때문이오. 음악이라는 것은 가운데 맺힌 바가 있어 밖으로 새는 것을 말한다. 잘 우는 것을 가려 뽑아 그것을 빌려 울게 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송나라 이후 성리학의 선구자였던 문학가 및 사상가 한유라는 사람이 악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여덟 가지 재료 팔음을 두고 이른 말이다. 창작하는 예술가의 마음 깊은 울림이 있어야 비로소 예술일수 있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소리든 예술이라는 영역에 포함되는 그 어떤 것이든 다 사람이 창작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 창작자의 내면이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속 깊은 울림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것, 그것이 예술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요소로 인해 창작을 하는 예술가와 그 예술품을 감상하는 관객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고 비로소 공감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은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그 순간을 잡아내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과 음악,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영역 같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정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저자 노엘라는 남다른 눈으로 이 점을 잘 활용하여 그림과 음악사이 보이지 않은 끈을 이어주고 있다.

저자 노엘라의 가슴 깊은 공감에 의해 선택된 그림과 음악, 화가와 음악가들은 우리 눈과 귀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모네와 드뷔시, 실레와 베르크, 들라크루아와 베를리오즈, 모로 와 바그너, 클림트와 시마노프스키, 칼로와 뒤 프레, 미켈란젤로와 데 프레, 뭉크와 쇤베르크, 발라동와 말러 등 40여 명에 달하는 활동했던 시대를 불문하고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 작품들 사이에 소통되는 공감대를 찾아 보여주고 들려준다. 저자는 그 소통의 기준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으로 선택한다. 바로 ‘사랑’이라는 지고지순한 감정 말이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음악을 듣고 얻는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고, 둘 사이에는 오히려 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갈라놓은 장벽을 허물려는 강한 파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 닮아있다. 바로 처음 보는 남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 그 소중한 감정을 공유하며 또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는 일련의 시간처럼 말이다. 저자는 음악과 그림 사이 공존하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저자 자신을 삶을 이입시키고 있다. 외롭고 힘들었던 유학생활 그리고 사랑을 하는 동안 자신의 얻은 희열, 열정, 배신, 질투, 불안, 고독, 그리움 등의 솔직한 속내를 그대로 내 보이고 있다.

이 책은 고독, 외로움, 갈망, 그리움 그리고 사랑 등의 감정을 다스려가는 성찰의 길의 한 순간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친 영혼과 마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음악과 그림이 공존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음악에 있어서는 저자의 감성만큼 공감하기에는 부족함을 느낀다. 부록으로 저자가 이야기 하는 음악이 함께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저자 노엘라는 젊다. 그래서 삶과 사랑의 가능성에 대단히 열정적이다. 그 속에는 ‘내가 알고 있는 나로부터 벗어나는 것,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해보는 것, 그것으로부터 나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잠재해 있다. 예술가로, 삶을 영위하는 한 인간으로, 세상을 다 품에 안을 수 있는 여성으로 사랑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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