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역사다 - 전선기자 정문태가 기록한 아시아 현대사
정문태 지음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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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가슴,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볼 일이다
아직 어린나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그때 태극기를 두른 형님들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응시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이 무슨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뭔지 모를 그때 그 호기심을 찾고 해결해 가는 길이었다고 본다. 그때가 바로 1980년 5월이었다. 고립, 통제 속에 한 외국인의 눈에 잡힌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국 현대사의 뜨거움 감자로 등장했다.

해방 후 우리의 현대사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아시아의 나라들과 사람들을 보게 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을 비롯한 강대국의 정치 경제적 이권에 의해 유린되어온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현대사는 전쟁, 혁명과 쿠테타라는 단어와 떨어질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이면서 그것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나라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현장은 역사다] 이 책은 외국 기자라는 신분으로 아시아의 격변하는 현장을 목숨을 건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한 정문태라는 한 기자의 결과물이다. 분쟁과 전쟁의 상황에 내몰린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다닌 기자의 눈이 비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내 눈 앞에 활동사진처럼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현장은 역사다]에는 인도네시아, 아쩨, 동티모르, 버마, 캄보디아, 말레이사아, 타이의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멀리는 식민지의 개척자였던 유럽의 나라들과 민족국가를 세우기 위한 분리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눈물 나는 이야기, 킬링필드라는 미 제국주의 홍보용 영화로 유명한 대 학살,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투쟁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각 나라마다 속사정과 내용은 다소 상이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비슷하다. 우리가 겪었던 그 아픈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현장은 역사다’라는 이 책의 제목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적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이 책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이 담겨있다. 포탄이 터지는 현장에 있었고 그 일을 저질렀거나 반대했던 대통령, 총리, 혁명 지도자들을 직접만나 인터뷰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관심 갖지 않아 몰랐던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볼 수 있다. 또한 저자는 현장만을 전달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그 일이 벌어지게 되는 전후 사정을 꼼꼼하게 따지며 의문점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 기자가 가지는 순발력에 치밀함 그리고 정의의 편에 서려는 마음까지 담아내고 있다.

현대사회를 일컬어 지구 공동체 또는 지구촌이라 부른다. 이 말은 지구라는 공간을 우리가 느끼는 물리적, 심리적인 거리가 그만큼 가깝고 또 나라와 민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인 교류와 소통이 주류를 이뤄가는 사회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간성 말살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현장은 역사다]라는 한 기자의 노력에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아시아의 현대사를 접한다. 우리 역시 굴곡진 현대사를 가졌기에 다른 아시아의 나라와 그 국민들의 삶이 우리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향한 자신의 시각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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