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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창조자의 학문적 시각을 보다
어떤 분야에 일가를 이루었던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가 한 분야에 독보적인 사유의 결과를 내 놓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어디에 있을까? 이 물음은 결국 한 사람이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근원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그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얻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는 현대인들에게 그들의 삶은 귀감이 될 것이다.
르네 데카르트는 학창시절 그저 유명한 철학자로만 알게 되었다. 데카르트에 대해 지극히 단편적인 지식이었기에 그 이상 그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더 많은 것을 알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르네 데카르트는 프랑스 출신으로 철학뿐 아니라 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한 사람이다. 학교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스스로 사유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세상을 몸으로 경험한 사람이기도 하다. 자연과학을 비롯한 과학일반 대한 데카르트의 관심은 대단한 것으로 그의 학문적 성과를 짐작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철학자 및 수학자로 신교도와 구교도의 갈등이 빚어졌던 16세기 후반 주로 활동하였으며 갈릴레이가 당시 종교적 시각과는 다른 시각의 학설을 내 놓고 사회문제화 되는 등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았던 데카르트는 자신의 학설의 발표를 유보하기도 했다. 그의 연구 성과물로는 철학의 원리, 보편수학, 빛의 굴절법칙, 기상학, 기하학 등이 있다.
이 책 [방법서설 :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에는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과 방법서설이 포함되어있다. 이 책의 출간 동기로 저자 본인이 지적하고 있듯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논문이 아니라 진리 탐구를 위해 자신이 설정한 방법과 그 결실을 ‘보여주기 위해’ 쓴 글이다고 한다. 우선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에는 데카르트 본인 학문하는 자세와 원칙에 대한 규정을 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1가지에 이르는 규칙들을 살펴보면 학문을 하는 사람이 견지해야할 세계를 보는 시각과 이를 탐구해 가는 자세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얼마나 치열한 자기 성찰이며 자세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방법서설]은 원제목이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 있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서설’이었다. 6부로 구성된 이 방법서설은 과학자로서 데카르트의 학문적 관심사와 그 폭넓은 사유 그리고 철저한 탐구정신을 알 수 있다. 제반 학문을 연구하는데 있어 데카르트가 주목하는 규칙으로는 첫째, 명증적으로 참이라고 인식하는 것 외에도 그 어떤 것도 참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즉 속단과 편견을 신중히 피하고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석 판명하게 내 정신에 나타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지 말 것. 둘째, 검토할 어려움들을 각각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으로 나눌 것. 셋째, 내 생각들을 순서에 따라 이끌어 나갈 것, 끝으로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열거와 전반적인 검사를 어디서나 행할 것 등이다.
데카르트가 활동했던 당시 중세 상황에서 학문적 연구가 종교와 어떻게 관계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으며 데카르트의 학문적 자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단순히 철학자로만 알고 있었던 데카르트에 대한 편협 된 지식으로부터 철학, 수학, 과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학문분야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도출되어지는 과정에 대해 다소나마 조심스럽게 이해해 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