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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1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몰락의 길에 들어선 대관원
긴 호흡에 때론 지루함마저 주었던 이야기의 흐름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막바지에 치닫게 되는 상황을 예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00회를 넘어선 이야기는 이제 대관원의 양대 집안의 몰락을 그려내고 있다. 그야말로 일순간에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그동안 이야기에서 보였듯 허장성세에 이은 부귀영화의 근본이 어떤 것인지를 눈앞에 펼치듯 그려내고 있다.
대옥의 죽음 이후 인생의 허망함을 보아서인지 보옥의 생활은 보채와의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영국부를 이끌어 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며 이야기의 진행과정 내내 나약하게만 그려졌던 남자들의 모습이 결국 무너지는 건물의 주춧돌마저 빼버리는 경우처럼 허망하기 그지없다. 후회는 언제나 늦은 법이고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렇게 어수선한 와중에 보채의 생일을 맞이하여 잔치를 벌이나 예전의 화사하고 넘치는 분위기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급기야 녕국부가 궁궐로부터 차압을 당하고 세습으로 받은 작위마저 반납하게 되며 뒤늦은 가정의 집안 단속도 속빈강정처럼 비어버린 가세는 어쩔 수 없게 된다. 그동안 가씨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며 그나마 기둥 역할을 했던 희봉이 마저 그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 몰리고 만다.
사람들로 늘 북적이던 대관원에 혼인을 하거나 혹은 죽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 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스산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또한 가씨 집안의 권세에 붙어살던 하인들마저 무너지는 대관원의 모습에 숨죽여 살아왔던 숨겨진 욕망이 표출되어 서로 재물을 차지하기에 바쁘다. 몰락하는 대관원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11권까지 110회를 이어오는 동안 삽화를 그렸던 화가를 주목한다. 긴 이야기이기에 때론 지루하고 답답함이 있었지만 삽화가 그 사이를 훌륭하게 매워주었다. 삽화의 기능이 이처럼 잘 살고 있는 소설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삽화를 그린 화가는 대돈방으로 중국 최고의 화가이자 고전삽화의 영인이라 칭해진다고 한다. 240폭에 이르는 홍루몽 삽화집을 출간하기도 한 화가는 그 명성만큼이나 홍루몽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에 사용된 삽화는 240폭 중에서 엄선한 작품이라 하니 삽화집만 보고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된다. 온전히 그 전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대돈방의 명성에 홍루몽을 다시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어느덧 홍루몽의 긴 이야기는 그 결말부분까지 와 있다. 처음 홍루몽을 접할 때 관심을 가졌던 임대옥, 가보옥, 설보채 사이의 애정 문제도 가닥을 잡아 그 결말을 보았다. 다시 주목하는 점은 이후 주인공 대옥의 행보가 어떻게 그려질지의 여부와 함께 중심 주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남는다. 사랑이야기로 좁혀 생각해서는 결코 홍루몽의 진가를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기에 남은 10회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내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