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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0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짓 굳은 운명의 장난
홍루몽의 저자는 두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80회까지 전반부의 이야기를 끌어왔던 원작자는 조설근이며 이후 고악이라는 저자가 그 뒤를 이어 30여회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조설근의 홍루몽이 그만큼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후반부 마무리를 지었던 고악이라는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고악은 자는 난서, 호는 홍루외사이며, 요동의 철령 사람이라고 한다. 1788년 향시에 합격하였으나 진사 시험에 연이은 낙방을하였다. 1791년 친구 정위원의 부탁으로 [홍루몽] 후반부 30여 회를 수정, 보완하여 120회를 간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운명의 기구함을 여실하게 나타내는 부분이다. 10권에 이르러 안타까운 두 명이 죽음을 맞이한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하고 있다. 어떤 죽음이던지 허무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 임대옥의 죽음은 그야말로 주인공 보옥의 앞날을 예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대옥은 처음부터 허약하고 마음 또한 심지가 굳게 그려지기는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설정자체가 비극적인 결말을 처음부터 예견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가문의 대를 이어줄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집안 어른들의 결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또 한사람 영국부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 귀비 원춘이다. 귀비로 간택되어 영국부 가씨 집안의 영화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사람으로 등장하지만 너무나 일찍 죽어버린 것은 결국 부와 명예라는 것이 일장춘몽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보옥의 목숨 줄이나 마찬가지인 통령옥 구술을 잃어버림으로 보옥의 미래가 불투명함을 예견하게 만든다. 권문세도가 집안의 아들에게는 집안을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암시가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대관원 영국부의 아들 보옥이 바로 그러한 위치에 있기에 무엇 하나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혼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대옥과 혼사가 틀어지고 대옥의 죽음은 심약한 보옥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지만 몰래 치러지는 보옥과 보채의 혼사가 이러한 아이러니를 대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집안이 망하는 것은 한 두 가지의 요인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껏 보여줬던 영국부 집안의 허장성세나 남자들의 나약한 모습 등에서 서서히 그 조짐이 보였던 것이다. 조금은 답답함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후반기에 들어 급격하게 흘러 긴장감을 주고 있다.
홍루몽은 이와 같은 사람의 죽음을 통해 현세에서 누리는 부와 명예, 권세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보게 하고 있다. 또한 삶과 죽음의 근원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 소설이 가지는 가치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후반부에 와서 홍루몽의 진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