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8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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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해 있던 모순의 표면화
홍루몽에서 그려지는 남자들의 나약하고 비루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시원찮은 느낌과 영국부의 몰락을 예감하는 것이라면 여자들이 중심인 대관원의 모습에서 희망적인 부분을 찾기란 어렵기만 하다. 잠재해 있으면서 언제든 불쑥 나타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늘 아슬아슬하게 내재해 있다. 다만, 어떤 계기를 통해 그려나갈지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8권에 와서야 잠재해 있던 내적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며 본격화 되고 있다.

매권마다 10회분씩 담겨있는 이야기는 8권의 시작을 대부인의 팔순잔치로 시작한다. 영국부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행세해 왔던 대부인인지라 그 잔치기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곧 불어 닥칠 폭풍은 아직 현실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사람을 책임지는 희봉과 가련의 불화로 나타나기 시작한 희봉의 존재의 부재는 가씨 집안의 분위기에서부터 달라지며 곳곳에서 틈이 벌어져 결국 수습이 불가능할 지경에까지 이른다.

7권까지는 자질구래한 문제가 그나마 현명한 시녀들이 중재와 노력으로 해결되어 오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제 8권에 이르러 집중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 많은 시녀들 사이에 불화가 생기고 이를 이끌어가야 할 중심적인 인물들의 오해와 편견이 드러나면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된다. 특히 사기, 청문, 방관, 예관, 우관 등이 대관원에서 쫓겨나면서 분위기는 암울해지고 결국 청문이 죽음이 이른다. 모시는 주인의 지위에 따라 자신의 지위도 덩달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니 여자들만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감정에 치우치며 사소한 갈등이 크게 번지는 등 단순한 측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리기만 했던 중심인물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그에 따라 이야기도 점차 변화를 겪고 있다. 결혼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혼인하는 사람도 생긴다. 지금까지는 주로 외부적 요인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라면 앞으로는 그들의 내적 갈등 또한 중요하게 다뤄지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보옥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갈등이나 죽음에 대해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안타까워하거나 성격이고 그 나름대로 자신의 마음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외부적 요인에 영향 받은 나약한 성격이 나중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그 행보에 대해 짐작하게 만들고 있다.

어디든 어느시대든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홍루몽 역시 독자들로 하여금 숨을 돌려갈 수 있도록 설반 같은 인물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리라. 안하무인으로 문제만 일으키던 설반이 임자를 만났다. 하금계라는 여인에게 당하는 모습에선 절로 웃음이 번진다.

회를 거듭할수록 마음 한구석 답답함이 있는 것은 뭘까? 아직도 성급한 마음에 보옥과 대옥 그리고 보채의 애정의 구도를 그려갈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홍루몽의 중심 주제가 무엇인지 이쯤해서 정리해 보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8권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으로 봐선 애정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이며 삶과 죽음 등 인생의 전반에 걸친 인생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봉건사회의 모순이나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의한 남자와 여자간의 사회적인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들이다. 
여전히 독자로 하여금 긴 호흡을 요구하는 홍루몽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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