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7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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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홍루몽의 남자들
시대를 불문하고 남자들을 대표하는 표상 중 하나는 강직함일 것이다. 홍루몽의 중심엔 늘 여자들이 있고 그나마 가끔씩 등장하는 남자들은 벼슬길에 나선 사람들과 하인들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선비의 강직한 모습은 아애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같다. 7권에 이르러 그런 남자들의 비루한 측면이 여실하게 들어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보옥이 남자지만 왕부인, 대부인을 포함한 여성들의 보살핌 속에 살아가다보니 다분히 여성성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7권에서는 주인공 보옥의 생일이야기가 펼쳐진다. 늘 보살펴주던 왕부인과 대부인이 국상으로 인해 집을 비웠고 그나마 사람을 책임지는 왕희봉까지 아파 몸조리하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생일잔치이지만 성대한 준비는 영국부의 여타 잔치에 비해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이 잔치를 통해 주인공 보옥을 대하는 주변사람들의 따스한 마음, 지위의 상하 구별 없이 서로 위하며 어울리는 모습이 그나마 보기에 좋다.

본격적인 영국부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인지 드디어 남자들의 생활에 사단이 나고 마는 사건이 벌어진다. 도인이나 다름없는 가경의 죽음에 이어 어디에서나 등장하는 남자들의 여성편력이 그려지고 있다.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가진과 가련 형제는 삼저와 이저 자매와의 불륜을 저지른다. 그런 와중에 가련이 부인 희봉 몰래 우이저와 혼인까지 하면서 급기야 괄괄한 희봉의 성미를 건드려 벌집에 쑤셔놓기까지 한다. 희봉의 성질과 계략에 못이긴 우이저 자매의 자결은 영국부 사람들의 일대 변화를 보이게 된다. 

지질이도 못난 남자들의 옹색한 모습은 아무리 여성중심으로 그려지는 홍루몽이지만 영국부 집안의 몰락의 근본원인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봉건 유교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장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홍루몽의 남자들 이미지는 현대의 눈으로 살펴보아도 이미 옳고 그름을 떠나있는 듯 보인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을 반영 한 것으로 보지만 남자들에게 내재해 있는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여전히 성장과정에 있으며 늘 대관원 울타리 안에서 집안의 마래와는 상관없이 호사스런 생활에 여념이 없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주인공들은 지금까지의 이야기 흐름상 앞으로도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회 마다 다른 사건으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긴 흐름을 보여주는 홍루몽을 읽어가기가 쉽지 않다. 전편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읽어가는 사람도 다소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하지 않을 까 싶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지루하다 싶으면 등장하는 대돈방의 그림은 이야기의 흐름을 한 템포 쉬어가는 역할뿐 아니라 그림 속에 담긴 생활상을 볼 수 있어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음 회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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