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6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영국부의 세시풍속을 보다
대단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홍루몽의 소설을 접하며 주인공 보옥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몹시 궁금했는데 12권 중 6권 절반까지 왔다. 처음과는 달리 더딘 진행과 맴도는 것 같은 이야기의 진행이 다소 마음에 걸리지만 매 회마다 섬세하게 그려지는 사람들의 마음과 이야기 속 무대인 영국부와 배경이 되는 시대의 풍속을 알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6권에서 주목되는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세시풍속과 영국부의 살림을 책임지며 희봉의 무게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6권 역시 이야기의 중심은 영국부다. 특히 한해를 보내고 새해명절을 맞는 그럴싸한 모습은 가히 그 대단한 위세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각종 행사나 특정한 일이 있을 때 영국부의 모습은 연극단을 부르고 재물을 아낌없이 거창한 잔치를 준비하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새해 명절맞이 역시 대단하다. 동양문화권 특히 중국과는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우리나라의 경우 세시 풍속과 비교하며 읽어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유교문화에 의해 조상과 웃어른을 대하는 것 역시 지금과 비교하여 그 유래를 짐작하게끔 한다.

그동안 거대가문 영국부의 살림을 도맡아 하며 웃어른을 포함 모든 가솔들을 아우르며 감초역할을 했던 희봉이 병이나 빈자리가 생기자 드러나는 빈틈을 수습해가는 모습에서 희봉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 왔는지 모두에게 알게 하는 점이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관원의 사람을 꾸려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게 한다. 들어온 사람의 표시는 잘 나지 않지만 나간 사람의 자리는 금방 표시가 난다는 옛말이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한다고 그만한 사람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일 것이다.

이 홍루몽을 처음 접하며 기대했던 부분은 역시 주인공 가보옥과 임대옥 그리고 설보채 간의 사랑이야기였다. 영국부의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전개되는 동안 그들의 사랑이 될 배경이러니 했지만 더디기만 한 이야기 진행으로 6권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암시만 있을 뿐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어 언제쯤 본격적으로 그려지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이 소설을 대하며 이야기의 중심흐름을 잡아갈 때 주인공들의 특정한 주제에만 국한되어 관심을 갖는다면 지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가문의 흥망성세를 비롯하여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모를 하나하나 살펴가는 것이 장편 소설을 접할 때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려야 함을 알게 한다.

이제 주인공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결혼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심부분인 보옥의 사랑이야기가 점차 등장할 것이라 짐작이 된다. 다소 맥이 빠지는 이야기 진행이긴 했지만 전반부를 지나온 장편소설의 후반기 진행이 어떨지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