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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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부 몰락의 조짐이 보인다
어느덧 이야기의 흐름이 정체된 느낌이다. 처음 홍루몽을 접할 때는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익히느라 정신없었지만 5권에 이르러 어느덧 익숙한 이름과 분위기에 빠진 것 같다. 매권마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과 해소를 담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 무대가 영국부로 한정되어 있어서인지 넓은 담장 울안에 갇힌 느낌이다. 5권에서 주목되는 사건은 왕희봉과 관련된 일과 향릉의 시 공부 그리고 보채와 대옥 사이가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점이다.

온 집안 일가친척이 합심하여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희봉의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치루는 과정에 희봉의 남편 가련이 바람을 피우다 잔치날 희봉에게 걸리게 된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부장 봉건사회의 일면이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집안의 가장이 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여인을 탐하는 바람피는 것이 등장한다. 이를 보고도 당사자 부인 그리고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보채의 오빠 설반이 장사를 배운다는 핑개로 유람을 떠나고 단촐해진 보채내 집안의 시종인 향릉이 보채를 따라 영국부로 들어와 생활하며 시 짓기 공부를 시작한다. 시에 대한 관심이 유독 심한 향릉은 대옥에게 시를 배우며 아가씨들 틈에서 시화에 참여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를 통해 분위기와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지는 홍루몽의 분위기 뿐 아니라 당대 시가 사람들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고 싶은 욕구가 남다른 향릉의 모습은 우리 조상들이 시서화 삼절을 즐겨했던 그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고도 보인다.

지금까지 대옥과 보채 사이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간격이 주로 대옥의 감정기복이 심한 것으로부터 출발을 보였는데 5권에서는 이 둘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의지할 곳 없는 혼자의 몸이나 마찬가지인 대옥이 마음을 열어 보채와의 사이가 어느 때보다 다정하게 그려지고 있다. 보옥과 이 둘 사이 벌어질 긴장감을 암시하는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뒷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한다.

홍루몽의 중심 무대인 영국부에는 신분의 차이가 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보옥의 할머니를 중심으로 어머니, 형수 그리고 아가씨를 비롯하여 시종들과 영국부의 집안일을 맡아서 하는 여러 집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신분의 차이가 그렇게 심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 가끔 벌어지는 사건에서 자살하는 하인이나 일꾼들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양념 정도에 지나지 않고 권문세도가들치고는 인정 많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며 자신들이 가진 부를 나눌 줄도 안다. 이것은 아마도 주인공 보옥의 성장배경을 미화해 두려는 저자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5권에서는 영국부의 가장들의 한심한 보습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영국부의 몰락으로 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듯싶다.
장편소설을 읽어가는 어려움 중 하나인 느긋한 이야기의 전개가 이곳에서도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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