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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미래 -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물의 미래, 인류의 미래
중학교 시절 선생님 한분이 멀지 않은 미래에 기름을 사서 쓰는 것처럼 물을 사서 먹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무슨 소리일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물병을 손에 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문득 문득 그때 그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곤 한다. 그냥 사먹는 물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인류 생존의 문제로 다가서고 있음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무감각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물 없이는 생명 자체를 보전하는 못한다. 이 진실을 외면하고 내게 주어진 무한사용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런 자각도 없이 무감각적으로 쓰고 버리고 오염시키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무한정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에 대해 여기저기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람 몸에서 물을 분리해 생존을 생각할 수 없듯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라는 자연도 물과 구분하여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의 미래 :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은 이렇게 당면한 현실적인 물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과 공동의 노력을 제기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에릭 오르세나(Erik Orsenna)는 194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고 학교 등에서 강의도 했으며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학술원 회원이기도 한 저자의 대표적인 저술로는 [로잔에서 산 것과 같은 삶, 식민지 전시회, 큰 사랑, 아홉 대의 기타로 엮은 세계사, 오랫동안, 새들이 전해 준 소식, 문법은 감미로운 노래, 두 해 여름, 코튼로드] 등이 있다.
[물의 미래]에는 2년여에 걸쳐 동안 전 세계를 발로 누비며 물과 관련된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답사한 현장 보고서라는 느낌이다. 이 책에는 물에 대한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 물과 인연 맺어온 인류의 역사, 물로부터 얻은 다양한 혜택과 물이 주는 강력한 파괴의 힘, 물 부족으로부터 인류가 안고 있는 생존의 절박함, 물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문제의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물과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한 나라 특정 지역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구 전체가 안고 있는 현실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농민들의 자살, 물로 인한 질병에 허덕이는 캘커타, 알제리, 물을 통해 세계 중심으로 서고자 하는 싱가포르, 치수에 국가의 운명을 건 중국, 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 이스라엘 등 저자의 발길이 닿는 그 어디에도 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또한 이 책에서는 정부 정책책임자, 과학자, 농부, 종교인, 댐 건설자, NGO 활동가, 의사, 수몰지구 주민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하나같이 모두 물과 관련된 물의 미래를 염려하는 목소리들이다.
이 책은 물과 관련 된 암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경고성 이야기들로 넘치지만 그로인해 안주하거나 좌절하는 미래의 불투명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물과 관련된 현실에서 오는 온갖 염려스러운 일들에 대해 지구 곳곳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뤄 미래를 희망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책이다. 딱딱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선입감을 단번에 불식시키며 알기 쉽고 호기심 가득한 저자의 일정을 흥미롭게 따라가게 만들고 있다. 짜이-난-전-중으로 표현하는 중국에 대한 인상, 참치 초밥과 아프리카 물 부족,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인상 등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날카로운 눈과 재치 넘치는 유머는 이 책을 읽어가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접하는 지구상 다른 나라의 자연재해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다고 두 손 놓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벌어진 임진강의 물난리를 비롯하여 제한 급수를 실시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돌아 본 지구상 모든 나라들은 물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물은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 할 것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들려주는 저자의 인류의 미래, 물의 미래를 위한 일곱 가지 결론 중 마지막 말 [한 가지 불안이 자구만 고개를 쳐드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말이 뇌리에 남아있다.
인류가 살아가며 사용하는 그 무엇 하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인류는 이제 공기나 물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생존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