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공부, 사람공부 - 옛 그림에서 인생의 오랜 해답을 얻다
조정육 지음 / 앨리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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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의 가치관이 중요한 것이리라.
보는 사람의 가슴속에 무엇이 있는가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인다. 같은 상황이나 같은 것을 보더라도 느낌이 다르기에 표현하는 것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풍광을 볼 때도 그렇지만 특히 사람을 볼 때면 더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사람들의 창작물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작가의 소설이, 화가의 그림이 그렇다.

유교와 한자문화권인 동양 3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내면에 흐르는 고유한 정신과 사상을 그림 특히 동양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이 있다. [그림공부, 사람공부 : 옛 그림에서 인생의 오랜 해답을 얻다]라는 엘리스출판사에서 펴낸 책이다. 전작 동양미술에세이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펴냈던 저자 조정육이 미술사학과 한국회화사를 공부하며 수없이 보았던 그림 속에서 얻은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그림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의 삶, 문화를 읽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림공부, 사람공부]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옛 그림의 구도가 알려주는 인생 지혜에서는 동양화의 독특한 구성적 요소를 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텅 빈 화폭에 화가가 담고 싶은 바를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그림이 다른 생명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기운생동이 그것이다. 특히 여백의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김홍도의 [씨름도]에서는 닫힌 공간의 숨통이라고 할 수 있는 엿장수와 신발로 나타난다. [서양화의 구도가 과학적인 미학을 자랑한다면, 동양화의 구도에서 우리는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2부, 옛 그림의 인생 조언 12가지는 그림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전하고 있다. 빠르고 즉각적인 결과만을 중시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동양화 여백의 미를 선사하고 있다고 본다. 이경윤의 [조옹도]에서는 기다림의 미학을, 정선의 진경산수화 중 하나인 [만폭동]을 통해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의 고뇌와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사람의 의지를 알려주고 있다.

3부, 옛 사람들, 생의 진수를 전하다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를 중심으로 그들이 현재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남길 수 있었던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오직 자신의 재주 하나에 몰두한 결과 노비의 신분에서 왕의 화원이 될 수 있었던 이상좌, 말년에 두 번의 유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 세기며 추사체를 완성한 김정희, 환갑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강세황 등 고난에 처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삶에서 어떤 삶을 유지해야 하는지, 또한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그림을 통해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처한 조건과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힘찬 걸음을 걸어왔던 사람들을 통해 미래를 희망으로 바꾸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나의 마음이 곧 너의 마음이라는 것을.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걱정해 주는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25 페이지)

무언가 느낌을 이야기 할 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경우가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이 마음으로 느끼는 그것, [다만, 느낄 뿐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저자의 이 책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그림 속에 그 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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