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낳은 뽕나무 - 사치와 애욕의 동아시아적 기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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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를 통해 그려낸 오천년 중국의 흥망성쇠
중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와 떨어져 생각 할 수 없는 역사적 인연 때문일 것이다. 천자의 나라임을 자처한 중국의 긴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특정한 나무를 통해 한 나라의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놀라움이 있다.

[중국을 낳은 뽕나무]가 바로 그 책이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인 중국의 역사를 뽕나무가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우선 이런 시각으로 새로운 한 문명을 이뤄온 나라의 역사를 재조명 한다는 신선함에 저자의 이력에 관심이 간다. 강판권이라는 저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라고 한다. 그는 이미 [나무열전]를 비롯해 나무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집필한 경력이 있고, 스스로를 나무환자라고 부른다고 하니 특이한 관심사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나무와 관련 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있기에 더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중국을 낳은 뽕나무]는 거대한 중국 문명의 시작부터 뽕나무와 연관을 통해 살피고 있다. 뽕과 누에가 만든 비단으로 인해 중국이 세계 최고의 문명국이 될 수 있었다고도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뽕나무가 어떤 의미가 있었고 뽕잎과 누에로부터 만들어진 비단을 통해 세계의 중심국가로 자리 잡아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즉, 중국인들의 삶과 더 넓게는 동아시아 문명의 형성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과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양 문명의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통해 중국의 문명을 살펴보고 있다. 더불어 이를 토대로 중국 잠상업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비단의 의복문화가 중국문화에 미친 영향을 시대별로 자세하게 이야기 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에서는 중국 잠상업의 기원을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추적하며 고문헌에 등장하는 뽕과 누에, 비단의 여러 상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무덤에서 발굴된 화려한 비단예술을 통해 당시 문화의 단면으로 접근한다.
제2부는 뽕나무를 통해 비단을 생산하며 이룩한 중국문명의 비단 제국으로 탄생하는 과정, 중화사상이 성립되는 배경, 대량생산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의 변화 등을 살피며, 남녀 간의 사랑과 연애, 목욕이나 유희문화와 관련지어 당, 송시대의 화려한 문화를 알려주고 있다.
제3부는 보다 대중적인 옷감의 생산을 가능하게 한 면화의 등장으로 지위가 변해가는 비단을 통해 잠상업의 쇠퇴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단은 의복의 소재이면서 동시에 문화를 퍼뜨리는 매체였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외부 자극과 우리 몸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의복은 오늘날 조금 다른 의미로 화려한 변신을 했지만 인류의 생존과 떨어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였다. 이 책은 일찍이 중국은 그 문제를 해결한 문명국이라는 기조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본다. 뽕나무와 누에고치에서 생산된 비단으로 인간의 생존문제, 사회적 계급, 사치의 대상, 부의 축적, 문화의 전달자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기에 중국 역사 오천년을 뽕나무의 역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 싶다.

요즘들어 뽕나무의 재배가 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옷감의 생산적 기능보다는 건강식품이나 뽕나무 열매인 오디의 음료시장 진출 등으로 새롭게 부각되는 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비단을 만들어 문명을 이끌어 온 것만큼 커다란 반향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상업적 전망이 있다고 본다.

나무를 통해 사람의 삶을 재조명 하고 그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바램처럼 뽕나무가 우리들의 삶 속에 현대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나무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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