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방외지사를 만나는 즐거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어느 순간 어떤 무엇이 마음이 꽂히는 순간이 있다. 그 꽂히는 것을 평생토록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이 스스로야 어떻게 평가하든 한마디로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에게도 역시 그렇게 꽂히는 무엇이 있었을까? 살아온 시간을 곰곰이 돌아보게 된다. 불같은 청춘의 시기를 지나오며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늘 변하는 관심사에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살아온 시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손에서 마음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딱 하나 있다. 바로 책이다. 중학생 까까머리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관심사가 바로 책읽기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읽었던 책들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친구 집, 어느 단체 때론 쓰레기 더미로 쓸려가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내 손을 스쳐갔던 책을 모아보면 얼마나 될까? 적은 숫자는 아닐 것 이라는 생각이지만 지금 내 집에 있는 4,000여권의 책이 전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책과 더불어 남은 삶에서 놓고 싶지 않은 것이 하나있다. 이제 시작한지 17개월 되어가는 대금공부다. 나이 들어감을 느끼던 어느 순간 내게 온 소리가 대금이였다. 이 대금공부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 모르지만 함께 가고 싶은 소망이다. 물론 소망하는 거라고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욕심 부려보는 것이다. 삶의 분야, 겉모양, 하는 일 무엇 하나 같지 않지만 그 길에 온전히 매진하는 사람이 있다. 김갑수라는 사람이다. 나에게 낯선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서 동경이나 부러움 따위는 없다. 오히려 참으로 외로운 사람이구나 싶다. 물론 나와 비교해서 엄청난 거리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 모두 대단한 사람들과 사귐도 자주 반복해서 이야기 하지만 그 속에서 내게 오는 것은 자신과 세상으로부터 느끼는 외로움의 결과가 지금 그 모습일거라 짐작만 한다. 그 김갑수라는 사람이 [지구 위에 작업실] 줄라이홀을 만들고 세상을 향해 보란 듯이 가슴을 열고 있다. 하나하나 풀어내는 속내가 자못 무게감이 실린다. 본인이 어떻게 표현하든 그는 행복한 사람에 속한다. 그 사람이 누리는 행복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저자는 음악에 꽂힌 사람이다. 그것도 내게는 어렵기만 한 클래식에 꽂혀 삶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 했다. 그의 가슴에 들어있는 감동이 얼마나 깊고 넓을지 알지 못하지만 꽂힌 사람들 만이 할 수 있는 행보를 걸어온 그 삶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3만장에 이르는 판과 5000여 장의 CD, 거기에 나로선 상상도 못하는 오디오시스템까지 갖추고도 아직 멀었다는 사람이다. 그가 풀어놓는 음악적 지식은 차라리 음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엔지니어 수준의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열정을 보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또한 커피에 대한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웬만한 바리스타는 울고 가지 않을까 싶다. 원두에 볶고 가는 과정 내리는 인내 그리고 기계까지...... 마음을 사로잡는 무엇을 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과는 너무 멀리 가 있다. 현대인의 로망이라고 하는 작업실 내지는 자기만의 공간은 시끌벅적 요란하고 빠르기만 한 시간 개념을 벗어난 외부와의 단절된 공간을 말하는 것이라 본다. 조직과 많은 사람들 속에서 온갖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그런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가는 수도 없는 말로 표현 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대로 왜? 그런 공간을 갖기를 권하는가에 저자가 하고 싶은 속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여유와 쉼 그리고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아닐까? [지구 위의 작업실]이라는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떠나지 않은 단어가 있다. 조용헌이라는 사람의 책 방외지사에서 나오는 [방외지사]라는 말이다. 방외지사, 자의든 타의든 소위 제도권 속에 포함되지 않고 단 분야에 통달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김갑수라는 사람이 제도권에 있는지 아닌지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한 분야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그 느낌이 강해서 하는 말이다. 행복한 삶을 생각하고 자신을 아끼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단절된 외부로부터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갖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진정 자신의 내면에서 요구하는 소망이 뭔가를 찾기 바라는 것이라면 깊은 울림으로 한 방외지사의 바램처럼 멀리 퍼지길 함께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