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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속 주인공을 꿈꾸며
파란 하늘이 더 없이 맑은 어느 가을날 예술의 거리를 지나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갤러리의 그림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일부러 시간 내서 찾은 날이 아니기에 잠시 들렀다가 가려고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날의 하늘만큼이나 맑은 색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림 하나...그것으로 그림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시간 나는대로 미술관이든 갤러리든 전시회를 찾게 되었다.
어느덧 이런 저런 인연으로 여러 화가와도 친분을 쌓게 되면서 화가와 그림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하게 되었다. 관심 갖는 분야도 생기고 일부러 찾아가는 화가의 작업실이나 전시회도 늘어났다. 그림을 대할 때 마다 느끼는 소중한 그 느낌을 간직하고자 책을 모으듯 도록을 모으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스쳐가는 관객으로 만 머물지 않고 때론 어떤 그림 속 풍경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화가의 작품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소소한 일상에 즐거움 하나를 더하는 그 때의 일이 두고두고 내 마음을 행복으로 이끄는 기회가 되리라고는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런 내 그림읽기의 즐거움에 기쁨을 더해주는 책을 발견했다. 이주은의 [당신도 그림처럼]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이주은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사람들이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끊임없이 인간과의 소통을 시도했던 이미지의 역사에 매력을 느껴 미술사를 공부했다고 한다. 한때 나도 역시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어 했는데 그 마음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저자 이주은은 그림은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관점으로 그림과 사람사이 소통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작 [그림에 마음을 놓다]의 후속 작으로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 에세이 [당신도 그림처럼]을 내 놓았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그림 속 상황에 적절하게 매치시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한사람의 일생을 살아가며 맞게 되는 변화의 시기에 대응해 삶을 마치 4계절의 흐름과 대비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테마로 나누고 각각의 계절이 전해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꾸려간다. 특정한 화가나 어느 한 시대에 머물지 않고 적절한 이야기에 맞는 그림을 제시하고 있기에 살아가며 부딪치는 삶처럼 여러 가지 상황과 만나게 된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거인, 타마라 드 렘피카의 남자의 초상, 조지 와츠의 윌리엄 모리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X의 초상, 제임스 티소의 10월, 빈센트 반 고흐의 의자, 얀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등에서 그림에 대한 알지 못하는 거리감을 줄여가며 당시 시대상황까지 알 수 있도록 섬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리울 하우스만의 기계적인 머리는 다다예술이라는 내게는 새로운 장르를 알게 되었고 저자의 작가와 시대정신의 부합에 대해 전하는 메시지에도 공감을 한다.
그림 속 주인공처럼 살면서 조금은 느리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음미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림과 함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의 맛이 더해지는 저자의 이야기 속엔 사람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마음에 와 머무는 작가를 알게 된 행운과 더불어 좋은 책을 만나 행복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