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 산에 사네 - 산골에서 제멋대로 사는 선수들 이야기
박원식 / 창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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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망한다. 내 삶이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상상을 한다. 오랫동안 소망해 왔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있다. 그것은 생활의 근거지를 시골로 옮기는 것이다. 아직 제 2의 인생을 설계할 장소를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저곳 다니며 보게 되는 사람들의 삶이 다를 때와는 달리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곧 내 생활방식과 같아질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가 있기에 느끼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나이도 지긋하고 현직에서 물러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다. 내가 사는 도시 무슨 대학 학장을 지내다가 지금은 집터를 꾸미고 텃밭을 일구는 일로 즐겁게 지내고 계신다고 한다. 도시 생활을 벗어나고자 몇 년씩 발품 팔며 찾아다닌 끝에 마음이 멈춘 곳에 땅을 마련하고 컨테이너 하나 옮겨놓고 주말이면 내려와 자연이 주는 넉넉함을 누리며 몸을 적응시키며 미래를 설계한지 4년째라고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앞서가는 선배의 산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보다는 처음 본 순간 낯설지 않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겐 나이 많이 드신 큰 형님 정도 더 나간다면 아버지 뻘 된다고 해도 될 만한 연배임에도 금방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다. 마음으로 통하는 무엇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벗을 보내듯 자식을 보내듯 무엇 하나라도 싸 주시려는 마음에 무거워진 손으로 돌아왔다.
내가 소망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산골에서 제멋대로 사는 선수들
[산이 좋아 산에 사네]에 나오는 사람들은 바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는 일 사는 곳 다 달라도 그 중심에 늘 사람 마음을 다독이려는 따스함을 누리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산에서 제2의 인생을 재설계한 28명의 이야기이다. 

간디학교를 설립하고 무주 산골에 사는 농부 김광화, 개에게 글 읽어 주며 견딘 평창 오대산 자락의 소설가 김도연, 가급적 게으르게, 조금은 삐딱하게 지리산에서 20년째 사는 목공예인 김용회, 보은 북산에 사는 현대판 김삿갓 김만희, 음주가무만 능한가? 아예 홀딱 벗고 살기를 외치는 지리산의 자연주의자 박남준, 산에서 기적적으로 새 몸 받은 보은 산중에 살며 병마 떨친 시인 도종환, 사랑을 화두로 들고 죽자 사자 남근男根을 깎는 제천 박달재의 성각 스님, 슬리퍼 끌고 산에 올랐다가 그대로 주저앉은 치악산 자락에의 서양화가 김만근, 술 끊고 담배 끊고, 이제 순리를 본다는 화천 감성마을에 사는 소설가 이외수 등이 그들이다.

모두 각 분야에서 한가닥 한다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자연의 벗으로 귀환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슨 득도를 위해 분골쇄신하는 사람들이기 보다는 그 역시 또 하나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며 한 세상 고진감래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삶에서 도를 얻는 구도자들인 것이다. 이처럼 제멋대로 살기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놓은 사람이 자연주의 에세이스트라 불리우는 저자 박원식이다.
저자 박원식은 이 책의 선수라는 사람보다 더 선수인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발견하고 한곳에 모을 수 있으니 말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누리는 삶의 여유와 자연이 주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풋풋한 자연살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산에서 10년 이상 살면서 기반을 닦은 사람들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모두 사는 방식은 다르나 그 속에 흐르는 한 가지는 마음이 우주를 통채로 담아도 남을 만큼 여유롭다는 것이다.
 

내는 소망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산에서 사는 방법으로 섬과 같은 고립을 자청하여 그 안에서 나만의 자유나 구도나 고독을 구가하는 방법 그리고 시장 좌판처럼 나를 활짝 열어 이웃들과 형제애를 나누는 것과 산에서는 어질어야 한다고 많이 배운 것도 어깨에 힘주는 것도 자기를 포장하는 것도 다 필요 없다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하는 지리산에서 20년째 사는 목공예인 김용희님은 이야기를 세겨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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