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
이봉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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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 섬
바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강화도로부터 서해안을 따라 남으로 내려오며 바다에 담긴 이야기를 화폭에 담는 화가와 함께 바다이야기를 나누며 보는 것이 그치지 말고 가슴에 담기위한 마음의 문을 열라고 했다.

의미 있게 읽었던 [관해기]라는 책을 선물했다.[관해기] 바다를 관(觀)하는 이야기다. 풍경을 스치듯 그냥 보는 것과 마음을 내 관찰하는 것과 차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본다는 것에는 견(見)과 관(觀)이라는 말로 표현 되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좁은 나라 그것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바다와 떨어질 수 없듯 우리 생활 깊숙이 관련되어있지만 바다는 어부의 생활터전이나 여름 바닷가 해수욕장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바다와 섬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역사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삶에 영향을 주었던 불교의 암자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담아내고 있다.

[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의 저자는 단순하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한국토지공사에 근무하며 섬기행 칼럼니스트며 이순신 연구가이다. 누구나 살아가다 가슴에 꽂히는 뭔가가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치듯 보내지만 어떤 사람은 그걸 잡고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한다. 바다를 여행을 하다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것은 저자에게는 숙명 같은 일이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바다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바다에 떠 있는 섬은 삶의 징검다리일 것이다. 저자에게 섬은 그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다. 섬은 고립이 아니고 큰 자유다. 그는 가끔 아무도 없는 원시의 섬으로 들어가 혼자 지내는 연습을 한다. 그래서 찾아다닌 곳이 섬에 있는 암자라고 한다.

서해의 최북단 백령도에 있는 연화정사로부터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기원정사, 동해의 외로운 섬 울릉도에 있는 성불사에 이르기까지 섬에 있는 절집들을 섭렵했다.

봉대선사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미륵도, 까마귀를 닮은 섬 하여 붙여진 오곡도 명상수련원, 정약전선생이 <자산어보>를 떠올리게 하는 흑산도의 광조암, 영험한 석불로 유명한 거제도의 신광사, 심청전의 배경이 되는 백령도,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하는 강화도 전등사, 국운을 지켜낸 연화도의 보덕암, 김수로 왕비 허씨 왕후의 탑과 돌의 재질이 같다는 흑산도 무심사지 삼층석탑 등 총 20개의 섬을 발품 팔아가며 몸으로 체험한 그 암자와 함께 해온 역사 속 인물, 초로의 순박한 사람들과 수행승들과의 가슴 맞댄 이야기들을 오롯이 담고 있다.

저자가 발품 팔며 찾았던 여정의 길에 나 역시 몇몇은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여행길이 아니다. 오랜 시간 섬과 섬 사이를 이어가는 동안 저자는 인생에서 얻어야 할 그 무엇을 찾아가는 구도자로 거듭나고 있다. 혼자서 찾아가는 자연으로의 회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계절 아름답지 않은 시간은 없을 것이고 또한 그 길이 힘들었을 여정임을 알지만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속에 저자가 찾는 깨달음의 이치를 배워간다.
섬의 암자를 찾아다니는 여정은 암자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였고 그 길에서 결국 자신의 본질을 관(觀)하는 길에 이르렀을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가끔은 외딴 섬이 되어 혼자 있어 봐야 합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야 합니다"

콘크리트 벽에 갇혀 섬 아닌 섬에서 혼자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기 위해선 철저히 혼자가 되어 보라고 말한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깨달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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