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앗 - AJ공동기획신서 2
김서영 지음, 아줌마닷컴 / 지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혼자 영화를 보는 재미를 즐긴 시간이 제법 오래되었다. 영화를 선택하고 기다리는 동안 사람 구경하는 맛도 덤으로 즐기는 재미 중 하나다. 더러 여자분 중 혼자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이 있다. 영화를 무지 좋아하거나 아니면 무슨 이유인가는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나 역시 그것도 남자가 혼자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은 괜찮고 여자분 혼자 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감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고 갖게 되는 선입감 있다. 남자이기에 여자에게 갖는 선입감은 나를 성장 시켰던 시대상황과 자라온 배경에 있을 것이다. 그런 선입감을 벗어버리고 보이는 현상에 대해 피상적인 모습만이 아닌 본질을 알아보려는 노력 등 사물과 사건에 대해 본질로 접근 할 수 있는 눈을 가지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현 우리사회를 보는 눈 중에 흔들리는 가정, 흔들리는 가치관이 난무 한다고 한다.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불륜이다. 불륜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렇게 본질적 접근이 가능할 때 문제의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앗] 말 그대로 불륜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결혼한 지 30여 년 만에 남편이 25년 동안 관계를 맺어 온 여자가 있음 알게 되었다. 인정하기 싫고 믿지 못할 상황에 쓰러지기도 하고 하루하루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때론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말하지만 그 속내가 어떨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것인지 그들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그 인정한다는 것이 아내, 여자로서 의무와 권리를 포기하고 벌어진 상황에 대한 피상적인 묵인일 것이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너무도 아파 지를 수밖에 없는 비명을 토해 내 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저자가 선택한 삶의 모습에 어떤 이는 공감을 하고 어떤 이는 비난을 한다. 대개 젊은 여성들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살 수가 있냐며 저자를 답답하다 말하고, 중년 여성들은 저자의 모습에 그저 안타까워하고 힘내라 한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모든 당사자는 패자도 승자도 없다. 불륜의 책임을 져야하는 나쁜남자는 당연하겠지만 그보다 피해자인 여자의 경우가 훨씬 더 할 것이다.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의 산물 [첩], [시앗]은 오늘 일부일처제의 우리시대 눈으로 본다면 분명 사회적 규범, 법률적 차원에서 모두 지탄의 대상이고 처벌 받아야 할 일이다.
[시앗]에는 느끼는 감정이 복잡한 만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어머니, 남편, 시앗, 시앗의 어머니, 아들들, 본인...각 사람이 살아온 조건과 환경을 무시하고 결과만으로 이해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남편의 행위에 찬성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차이야 있겠지만 부부 사이 서로간의 조그마한 잘못으로도 쉽게 가정을 버리는 요사이 현실에서 부인이 선택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토록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그 마음은 뭘까? 두 아들 어머니의 마음만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그 고통은 너무 크다. 주기는 싫고 놓아버리기엔 무엇인가...다른 그 마음일지라도 남의 이야기였을 때 느끼는 분노보다 자신의 일로 닥칠 때 오는 그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남자의 눈으로 [여자와 어머니]의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 할 수 없는 무엇인가 있는 것인지...

만약에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라는 가정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선택과 그 후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에서 정답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당사자는 아니기에 당사자가 겪는 마음도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내 기준에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현실에 대한 파악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시대정신에 의한 해결방안의 모색이 제시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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