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기행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선비들의 발자취를 찾게되는 마음엔 무엇이 있을까?
시간이 많이도 지났고 흔적이라야 쾌쾌묵은 서적과 먼지낀 유적만이 남아있지만 그들의 생활방식과 가치관, 삶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와 멋을 찾아 늘 혼자만의 여행길에 나선다.
유산록...산을 유람하고 난 후 그 기록...느린걸음에 갓을 쓴 선비들이 산에 갔단다.
그것도 아주 높은 산을 몇일에 걸쳐 말을 타기도 하고 가마에 올라, 때론 험한길 마다 않고 직접 걸어서...그렇게 올라간 산을 선비들에게 그냥 산이 아니다.

“낮은 데서부터 높은 이상으로 상승하고 지류를 소급하여 근원을 탐구하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일임에야, 산놀이의 가치는 새삼 다시 말할 것이 없으리라.”

이황, 정약용, 허균 등 조선 선비 54명이 산을 유람한 뒤 그 소회를 기록한 유산기(遊山記)를 엮은 책이다.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 등 35곳의 산이 소개된다.  한자 원문을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매끄럽게 번역하고 해설도 달았다.  또 글에 어울리는 산수화와 지도 70여점도 함께 수록했다.

"아아, 내가 일찍이 저 조각구름 아래 있을 때는 어둑하면 온 천하가 어둡다고 생각하고 
밝으면 천하가 다 밝다고 생각하였으며, 한 단계 올라가면 더 높은 곳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한 단계 내려가면 더 낮은 곳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것을 회상하니 참 우습다"
(김윤식 '윤필암에서 멀리 조망한 기록')

그 산은 선비들의 정신 세계와 직결되는 뭔가가 있었다. 선비들에게 산은 가슴 속의 티끌을 씻어내는 휴식과 풍류의 공간이었고, 백성을 돌아보고 임금을 그리는 곳이었다.
몸이 불편해 직접 산에 오르지 못할 때도 산을 즐길 방법은 있었다. 
서재에 산수화를 걸어두고 마음을 달래는 
'와유(臥遊.누워서 즐김)'를 했다.(강세황 '산향기')
그래서 이들의 유산록에는 산은 산으로 있는게 아니고 삶이며 인생이며 철학이고 예술이 녹아있다.

선인들의 정신세계는 하늘에 맞닿아 있다.
단풍철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등산이 꼭 산의 정상에 올라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느낌만으로 가는걸 분명아닐 것이다.
산 언저리에서 느리게 산보하며 온몸으로 산을 느끼는 것 또한 산을 찾는 좋은 방법이 아닐런지...
일상에서도 급한 마음이 산에가서도 이어져 오히려 더 급해지는 모양을 떠올리면 웃음이 번진다.

이번 주말엔 무등산에라도 올라 조선 선비들의 그 정신세계를 공감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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