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장일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대담.정리 / 삼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가슴속에 온 우주만큼이나 넓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넓은 마음이 때론 구름도 끼고 비도오고 바람도 불며 온갖 풍파 겪으며 조금씩 작아지는지도 모르겠다. 한줌 바람에도 흔들리며 힘들어 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순간 이나마 평안을 유지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옛 성인들의 삶에서 그 묘책을 찾아보려 하지만 늘 아쉬움 속에 더디 가는 발걸음 만 붙잡고 있을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내면을 닦는 구도의 길에 스승과 도반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한다. 나에게 내 삶을 온통 다 드러내 놓고 함께할 스승과 도반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직 깜깜하기만 하다.

언젠가 도덕경을 손에 들고 한참을 바라만 보다가 이내 책장에 도로 둔적이 있다. 겁이 나서였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글자라도 다 온전히 읽을 수 있을 것인지 하는 두려운 생각 말이다. 아쉬움이 컷 던 탓 인지 다시 찾은 노자이야기다.

이 책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는 도덕경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쉽게 접 할 수 있도록 대담형식을 통해 해설한 책이다. 장일순 선생과 이 아무개(이현주) 목사와의 대화라 처음 접할 때의 두려움은 조금 나아진 듯 하여 다행이다.

우선 두 분은 어떤 사람인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1928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에서 수학하던 중 6.25 동란으로 학업을 중단한 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선생은 40여년간 원주를 떠나지 않고 지역 사회에 뿌리내린 사회 운동가로 살아오셨다. 원주대성학원을 설립하고, 밝음신용협동조합의 설립에 참여하였으며, 한살림운동을 주창하여 많은 젊은이에게 '정신적 선배' '사상적 큰 스승'으로 존경받아 왔다.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 천주교 원주교구의 선구적 저항, 가톨릭 농민회의 민중 운동, 김지하 시인의 투쟁, 1980년대에 한살림운동 등이 원주를 중심으로 일어났고, 모두 선생과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다. 1960년대에 선생은 답답하고 우울한 날들을 서화로 달래기도 했다. 선생의 서화는 주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나누어 받거나 사회 단체의 기금 마련전에 출품되었으며, 이따금 작품 발표전도 했는데, 지금까지 다섯 번의 개인전을 원주, 춘천, 서울에서 개최했다. 선생은 1994년 5월 22일 6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이 아무개 목사는 1944년 충주 출생,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했다. 본명은 이현주이고 관옥(觀玉)이라고도 부른다. '이 아무개'는 필명이다. 19살에 동화작가 이원수의 추천으로 등단, 마흔 두 살까지 동화를 썼다. 목사이자 동화작가, 번역 문학가이기도 한 그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들을 집필하는 한편, 대학과 교회에서 강의도 맡고 있다.

이 책의 근간이 되는 노자라는 사람과 그 사람의 도덕경은 무엇일까?
노자는 기원전 6세기 무렵의 중국의 주나라 때 사람으로 역사가이며 또한 정치가이며 나라의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은 이해를 가진 인물이었다. 도덕경은 그 노자라는 사람이 남긴 도(道)에 관한 이야기와 덕(德)에 관한 이야기를 합하여 도덕경(道德經)이라고도 부른다.

도덕경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도는 우주의 '궁극실재(窮極實在), 혹은 '근본원리(根本原理)요, '덕'이란 그 도가 구체적인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때 얻어지는 '힘'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한 [오강남]님의 설명이 그나마 이해가 가는 설명이다.

두 분은 이력으로만 본다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이만 보이는데 이토록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대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두 분의 관심사도 참으로 다향하다. 노자에서 시작하여 기독교, 불가이야기, 유교, 동학에 심지어 마르크스주의 동서양을 아우른 사상적 조류에 정통하다. 초보 입장에서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장일순 선생처럼 한문에도 익숙하지도 않고 또한 이 아무개 목사처럼 성경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인간이 가지는 내면의 가르침을 얻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만족으로 어렵게 한 장 한 장 읽어간다.

두 분은 스승과 제자 사이라지만 사제지간 대담에서 흔하게 보이는 스승의 일방적으로 설교형식은 없다. 구도의 길에 함께 나선 도반으로 보여 부럽기만 하다. 이 아무개 목사는 서문에서 "우리는 진지하고 따뜻하고 간곡한 '말씀'을 서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자리를 함께 한 우리 모두가 '한 몸'이라는 사실에 문득 소름이 돋기도 했다. 아울러 현실의 두터운 어둠을 찢고 동터오는 새벽 빛 줄기를 얼핏 훔쳐볼 수도 있었다"라고 했다. 이것이 진정 두 분이 노자이야기를 이끌어 온 힘이 아니였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막상 가슴에 남아 있는 건 뭘까?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없다. 정성들여 읽었건만 이 모양이니 아직 공부를 덜된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훗날 다시 읽으며 한 줄이라도 그 의미를 가슴에 세길 수 있는 기회를 줄 거라 믿기에 마지막 장까지 읽어가는 걸 목표로 삼아 이제 그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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