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끝에 물든 사랑, 봉선화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봉선화(鳳仙花), 속어로 봉사꽃은 비록 1년생의 풀이지만 여름에 피는 꽃 중에 흔하면서도 가장 운치 있는 꽃이다. 어느 집을 가든지 울밑 뜰 안이나 우물가에 봉사꽃이 곱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어여쁜 아가씨들이 이 꽃을 따서 하얀 손톱에 빨갛게 물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얼마나 운치 있는 일인가?”

“봉사꽃은 인도가 원산지다. 그것이 진작에 중국으로 건너왔고, 또 조선에도 왔었다. 그리하여 조선에서 다시 일본으로 간 것은 아시카가(足利)시대다. 손톱을 물들이는 풍속 역시 봉사꽃의 전래를 따라 중국, 우리나라, 일본으로 차차 퍼져나간 듯하다.”

“《군방보(群芳譜)》에는 봉사꽃이 명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유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줄기 사이에서 꽃이 핀다. 머리와 날개, 꼬리와 발이 모두 오똑하니 들린 것이 봉황새의 형상과 같은 까닭에 봉선화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다.”

내가 사는 이곳 시골마을엔 여전히 울 밑에 봉산화가 피고 진다.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마을이지만 꽃을 심고 가꾸며 핀 꽃을 보며 미소 짓는다. 그 얼굴에 스치는 미소는 알 듯 모를 때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떠올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여전히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살려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에서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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