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중나리
여기저기서 피었다는 소식이 있는데 내가 사는 근처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하소현 했더니 불쑥 나타났다. 초여름의 숲에서 붉디붉은 미소를 건넨다. 붉은 속내를 보이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왕지사 얼굴 붉혔으니 하늘 봐도 될텐데?
'털중나리'는 산과 들의 양지 혹은 반그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서 자라며 위쪽에서 가지가 약간 갈라지고 전체에 잿빛의 잔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꽃이 줄기와 가지 끝에서 밑을 향해 달려 핀다. 안쪽에 검은빛 또는 자줏빛 반점이 있다.
풀 전체에 털이 덮여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털중나리'라고 한다. 뒤로 젖혀진 꽃잎 중간까지 점이 있고 줄기에 주아의 유무로 참나리와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한국특산식물이고 환경부지정 희귀식물이다.
봄꽃이 지고 나서 여름꽃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알려주는 듯 나리꽃 중에서는 가장 먼저 핀다. '순결', '존엄', '진실'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