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모란의 연(緣)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의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날 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5월은 모란와 관련된 시를 모아본다. 류시화 시인의 시 '모란의 연(緣)'이다.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 겨우 열흘 남짓 모란은 그렇게 지고 만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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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