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새벽녘 지붕의 반짝이는 별

曉行 효행

一鵲孤宿薥黍柄 일작고숙촉서병

月明露白田水鳴 월명로백전수명

樹下小屋圓如石 수하소옥원여석

屋頭匏花明如星 옥두포화명여성

새벽길

까치 한 마리 외로이 수숫대에 잠자는데

달 밝고 이슬 희고 밭골 물은 졸졸 우네.

나무 아래 오두막은 바위처럼 둥근데

지붕 위 박꽃은 별처럼 반짝이네.

- 박지원, 연암집 권4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일곱 번째로 등장하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시 "曉行 효행"이다.

박은 덩굴성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줄기 전체가 짧은 털로 덮혀 있고 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흰색의 꽃이 핀다. 박꽃은 밤에 핀다고 한다.

박지원은 박꽃을 유난히 사랑하였다. 이자후의 득남을 축하하는 시축의 서문에서 "덩굴을 뻗어 열리는 박 한 덩이가 여덟식구를 먹일 만하고, 박을 타서 그릇을 만들면 두어 말의 곡식을 담을 수 있다면서, 박꽃이 비록 보잘것없이 보이지만 그 쓸모는 여느 화려한 꽃보다 낫다"고 하였다.

시골 출신이라 어린 시절 담장이나 지붕 위에 열린 박을 보면서 자랐다. 박 속이나 박 껍질로 만든 반찬과 나물을 먹었던 기억도 있다. 하여, 박꽃만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기어이 눈맞춤을 하게 된다.

지금 사는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나서 이웃동네 아는 이의 초대로 저녁을 먹고 동네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박꽃이 어찌나 이쁘던지 한동안 그 밑을 떠나지 못했다.

유난히 희고 소박한 박꽃이 여전히 좋다. 기회가 된다면 박을 키워 꽃도 보고 박도 얻어 옛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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